[사설]金대통령과 이회창대표

  • 입력 1997년 9월 27일 20시 20분


신한국당의 요즘 모습은 비탈길을 구르는 유리공처럼 불안하다. 모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고 이회창(李會昌)대표가 총재겸 대선후보로 올라서지만 축제분위기는커녕 냉기만 감돈다. 3당합당 1세대인 김대통령이 당권(黨權)을 놓는 순간 신한국호는 지리멸렬해져 결국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집권여당이 대선을 눈앞에 두고 이처럼 공황상태에 빠진 것은 일찍이 없던 일이다. 비주류측은 이대표가 총재에 취임한 뒤 열흘 정도 기다려보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후보사퇴를 요구키로 했다. 지지율이 무슨 고무줄 늘어나듯 열흘만에 급등할 리 없고 결국 갈라서기 명분을 쌓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이에 대해 이대표측은 어느 정도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보아 독자적인 선거체제 정비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들을 붙잡아보았자 갈등의 골만 깊어질테니 있는 사람이라도 힘을 모아 선거에 임하자는 뜻 같다. 본란이 여러번 지적한대로 이대표의 위기는 자신의 정치력 부재에 기인한 바 크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부터 표면화한 김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도 그중 하나다. 두 아들 병역문제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고 김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는지 모르나 하는 일마다 아구가 안맞았다. 가령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대통령의 추석전 사면론만 해도 대통령 고유권한을 무시하고 사전 상의 없이 불쑥 내놓아 모양을 그르쳤으며 총재와 대표간 갈등만 증폭시켰다. 당 정강정책에서의 대통령제 및 역사 바로세우기 문항 삭제문제나 기아사태에 섣불리 개입하려 했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결정은 명분과 절차 그리고 협의(협의)의 산물인데도 이를 도외시했다. 당내 세력은 규합하지 못한채 밖에서 이사람 저사람을 끌어들일 듯한 모습을 보여 정체성(정체성)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정치신인의 겸손함보다 경선승리후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너무 목에 힘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김대통령과 이대표는 내일 당총재와 대표로 마지막 주례회동을 갖는다. 그동안 양자간에 생긴 앙금이 여기서 걷히게 될지는 미지수다. 정권재창출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그 방법에서 여러차례 충돌했던 두 사람이 한 두시간의 짧은 만남으로 모든 오해를 풀고 협력관계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은 아직 성급하다. 그러나 이대표로서는 내홍상태에 빠진 당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김대통령의 협조가 절실하다.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대선을 치르라는 얘기가 아니다. 선거에 임하는 집권당의 기본채비부터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그래야 대선정국의 안개가 걷히고 주요 후보간에 정책과 이슈를 놓고 경쟁하는 제대로 된 선거전으로 접어들 수 있다. 조언과 경청을 통한 양자간의 협력관계 복원은 신한국당을 위해서라기보다 대선정국의 안정과 예측가능한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인제(李仁濟)씨의 독자출마로 신한국당의 경선의미는 반감했다. 이대표마저 낙마하면 헌정사상 최초의 집권당 자유경선 기록은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이대표는 선거의 승패를 떠나 이 나라 정치발전에 일조한다는 자세와 그를 위해 최대한 정치력을 발휘하겠다는 결의를 앞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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