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세금 안내는 공무원들

  • 입력 1997년 9월 24일 19시 41분


▼서양 속담에 이런 것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가장 확실하게 찾아오는 것은 죽음과 세금이다」. 이는 누구나 세금 내는 것을 싫어한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 사람들의 납세의식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세금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서양 사회에서 탈세는 가장 비난받는 범죄행위로 간주된다. ▼납세에 대한 의무감이 투철한 만큼 그들은 납세자로서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국가에 청원할 일이 있으면 그 첫머리에 「납세자인 나는…」이라고 자신있게 표시한다. 정부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때도 자신이 납세자임과 국가의 재정이 자신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들고 나선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것은 바로 납세를 통해 국가 운영비용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세 체납자가 서울에만 1백68만명으로 체납률이 무려 40%에 이른다는 놀라운 소식에 이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공무원 12%가 지방세를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금을 안낸 시민들의 급여를 압류하고 심지어 형사고발까지도 서슴지 않는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세금체납자라는 사실은 한마디로 기가 차는 일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공무원들의 지방세 체납률이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라는 서울시 관계자의 해명이다. ▼납세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다. 소득이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를 내지 않으면 재산 압류는 물론이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으로서 상습 세금체납자라면 스스로 공무를 맡을 자격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다. 자진납부를 촉구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된다. 공직에서 추방하거나 예외없는 형사고발로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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