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서로에 대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내편」이라고 한다. 흉을 보는 경우에도 결국 이런 저런 변명으로 배우자의 면목을 세워주게 마련이며, 배우자의 치명적 결점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
얼마전 산부인과 전문의 김박사는 자신의 불임클리닉을 통해 아이를 갖게 된 정씨부부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결혼 후 7년이 되도록 아이가 없는 정씨부부가 불임 클리닉을 찾아온 것은 3년전.
조사결과 불임의 원인은 남편의 정자과소증 이었다. 남편의 충격은 매우 컸다. 구겨진 자존심 때문에 실의에 빠진 남편은 인공수정 방법을 설명하는 김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정씨부부가 병원을 다시 찾아온 것은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나서였다. 병원에 오기조차 꺼리던 남편이 어떻게 마음을 바꾸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던 김박사는, 나중에 정씨부부의 출산을 축하해주러 병원에 온 일가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불임의 원인이 부인에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서야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혼 후 아이소식을 기다리며 며느리를 탓해온 시댁식구들로 인해 무척 마음이 상해있던 부인이었다. 그러나 부인은 며느리가 잘못 들어왔다는 시부모님의 노골적인 질책을 입막음하는 것 보다는, 남편의 얼굴을 세워주는 데 더 마음을 썼다. 덕분에 남편은 상처난 자존심을 추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결혼의 성공이 개인단위가 아닌 부부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만일 정씨 부인이 자신의 입장과 체면만을 고려했다면, 이들 부부관계도 깨졌을 가능성이 크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서로의 「편」이 되어줄 때, 시련 속에서도 굳건하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예이다.
최혜경(이화여대·가정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