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노자와 장자」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이강수 지음/길 펴냄] 「내가 아니면 안된다」라는 목소리가 드높다. 자기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입맛에 맞게 세상을 경영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새시대」 「신질서」 「개혁」 등 수많은 구호에 이리 저리 휩쓸려다니다 그만 지쳤다. 통치자의 계획과 이념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군자가 천하를 다스리는 도(道)에는 무위(無爲)만한 것이 없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말하는 무위란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기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왜 무위로서 다스리는가. 제도에 의해서든 도덕에 의해서든, 인위에 의해 발생한 문제를 인위로서 해결하려 든다면 그것은 「불로서 불을 끄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노자와 장자. 그들의 사상은 동양인의 행동과 사고에 깊이 침윤되었지만 정작 노장사상의 진수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들의 가르침은 철학에서부터 미학 정치학 등을 포괄하는 하나의 거대한 사상체계를 아우르고 있다. 연세대 철학과 이강수교수의 「노자와 장자」(길)는 일반인을 위해 쓴 노장사상 입문서다. 노장사상의 본질을 전하면서도 전문적인 용어를 풀어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노자와 무위의 철학」에서 저자는 노자의 철학을 「생명을 중시하는 부드러움의 철학」이라고 정리한다. 노자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며 물흐르듯이 한 삶을 권한다. 「천하에서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이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물을 이길 수 없다」. 돈과 권력을 지니지 않은 개인은 약하다. 그러한 개인이 난세를 살아가려면 물처럼 유연한 마음과 의지를 가져야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일까. 「장자와 소요(逍遙)의 철학)」에서는 노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장자의 사상이 다루어진다. 사물의 대립적인 면을 두루 매만지는 장자의 철학은 살풍경한 물질문명을 헤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위안을 준다. 특히 그의 「쓸모 없음의 지혜」는 시사하는 바 크다. 『계수나무 가지는 약재로 쓸 수 있으므로 잘려지고 옻나무는 쓸모가 있기 때문에 베인다. 사람들은 유용(有用)의 쓰임만 알 뿐, 무용의 쓰임을 아는 이는 드물다』 출세주의와 물신주의에 찌든 현대인들. 「노장의 여유」가 오랜 갈증속에 만난 샘물처럼 신선하게 와닿는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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