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와 미국프로야구. 선수들의 체격조건과 기량이 우선 다르지만 차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일 LA다저스와 플로리다 말린스의 경기. 11일만에 등판한 박찬호는 구위와 투구내용이 한창 잘나가던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무기인 빠른 볼은 가운데로 몰렸고 변화구는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박찬호 자신도 『제구력이 엉망이었고 공끝이 살지 않았다』며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박찬호를 너무 오래 쉬게 한 것이 난조를 불러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을까.
박찬호는 이날 분명 투구감각을 잃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컨디션이 나쁘거나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투구감각은 경기를 통해 되찾으면 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달리 보강할 방법이 없다.
현재 다저스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는 박찬호다. 더구나 다저스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와 숨가쁜 경쟁에돌입한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준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결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레이오프에 대비, 최상의 몸을 만들 시간을 준다는 의미와 함께 선수를 아끼는 배려를 읽을 수 있다.
「좀 된다」 싶으면 등판간격을 어겨가면서까지 선수를 혹사시키는 국내프로야구의 투수로테이션 관행과는 분명히 다르다. 무리한 출장으로 선수가 단명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배려가 부럽다.
『투구감각은 나빴지만 피로하지는 않았다』는 박찬호의 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일성〈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