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83)

  • 입력 1997년 8월 30일 08시 22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9〉 마루프가 사람들의 이름을 열거하는 동안 상인은 그 이름들을 모두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말했다. 『그럼 당신은 「붉은 거리」에서 약재상을 하는 아맛드 노인도 아시겠군요?』 상인의 말에 마루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맛드 노인요? 그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제 이웃집 어른으로서 제 바로 옆집에 사십니다』 그러자 상인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분은 잘 지내고 계십니까?』 『그럼요』 『그분에겐 아들이 몇 명이나 있지요?』 『모두 세 명입니다. 무스타파, 모하메드, 그리고 아리가 있습니다』 『그 아들들은 어떻게 지냅니까?』 『맏아들 무스타파는 아주 건강하고 공부도 잘 하여 지금은 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둘째 아들 모하메드는 약재상 일을 하는데, 아버지 가게 옆에 가게를 내고 있습니다. 결혼하여 하산이라고 하는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상인은 말했다. 『당신한테서 좋은 소식을 들으니 고맙고도 반갑습니다. 당신께 알라의 축복 있기를!』 상인이 이렇게 끼여들었지만 마루프는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셋째 아들 아리로 말할 것 같으면 어릴 적에는 제 친구로서 곧잘 함께 놀았지요. 우리는 나자레인의 아이들인 것처럼 가장하고 교회 안에까지 숨어들어가서는 그리스도 교도들의 책을 훔치기도 했답니다. 그걸 팔아 군것질을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한번은 책을 훔치다가 나자레인들한테 들키고 말았답니다. 그놈들은 우리가 한 일을 집안 사람들에게 일러바쳤습니다. 그리고 아리 아버님한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댁의 아드님이 우리한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단속해주십시오.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임금님께 고소를 하겠습니다」. 아리의 아버님은 나자레인들을 달래어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채찍을 집어들더니 아리를 때렸습니다. 그렇게 되자 아리는 집을 뛰쳐나갔는데, 그 뒤 이십 년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는답니다. 따라서 아무도 그의 소식을 모른답니다』 마루프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인은 그때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자 마루프는 당황하여 말했다. 『오, 아무래도 제가 못할 말을 한 것 같군요』 그러자 주인은 말했다. 『실은 말이오. 내가 바로 이십 년 전에 집을 뛰쳐나간 약재사의 막내 아들 아리랍니다. 그리고 당신은 바로 나의 옛 동무 마루프이고』 이 말을 들은 마루프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당신이… 내 동무 아리한테는 표시가 있습니다. 그의 등에는 다섯 개의 검은 사마귀가 나 있거든요』 『바로 그렇소. 내 등에는 다섯 개의 검은 사마귀가 나 있답니다』 이렇게 말한 주인은 윗도리를 벗더니 자신의 등을 마루프에게 내어보였다. 그의 등에는 다섯 개의 사마귀가 거짓말처럼 나 있었다. 그걸 보자 마루프는 탄성을 지르며 소리쳤다. 『바로 이것이야! 당신은 내 동무 아리가 틀림없군!』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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