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불신 가득한 교육현장

  • 입력 1997년 8월 29일 20시 23분


▼우리 교육현장에는 불신의 벽이 유난히 높다. 학부모는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교사는 교육행정당국을 믿지 않는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과외열풍도 따지고 보면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불신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당사자 사이에 존경과 믿음이 없으면 교육은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오늘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문제를 풀어 나가려면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선결과제다. ▼전통적으로 스승을 부모 이상으로 생각해온 우리 사회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의 불신감이 이처럼 팽배하게 된 것은 입시과열 탓이 크다. 시험을 치른 성적대로 순서를 매기고 그 안에서 근소한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좌우되는 이른바 「줄세우기」경쟁이 그 주범이다. 이런 비교육적인 입시제도로는 각종 비리와 부정이 사라질 수 없으며 불신풍조의 가속화를 막을 길이 없다. ▼일부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교육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교육통제에서 벗어나 각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91년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된 이 제도는 가시적 성과는커녕 교육자치를 이끌고 가는 교육위원이나 교육감 선거를 둘러싸고 비리와 잡음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울산시 교육위원 선거에서도 뇌물이 오갔다. 진정한 교육자치가 아직 요원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교육위원은 해당 지역사회에서 학식과 덕망이 높은 인사 가운데서 선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같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는 발상은 교육자치를 뿌리째 흔드는 엄청난 죄악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로 인해 국민이 교육 전반에 대해 갖게 될 불신감이다. 혹 『교육자를 도대체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우리 교육의 앞날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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