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과 사상 최대의 세수(稅收)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올 세제개편은 스스로 제약이 있게 마련이다. 과세의 공평보다 재정수입의 확보가 더 급했을 것이고 우리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체질 강화 또한 세제차원에서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세제상의 지원이나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려는 여러 제한조치는 올바른 정책선택이다. 재벌의 변칙증여를 차단하기 위한 보완책과 기업 접대비와 기밀비의 한도 축소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같은 세제상의 조치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금융부채를 갚기 위한 부동산매각의 양도소득세 면제나 기업구조조정 때 세금부과를 뒤로 미뤄주는 과세이연(移延) 등은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차입금 과다기업에 대한 금융비용과 채무보증을 섰다가 대신 빚을 갚아준 대손충당금 등에 대한 손비불인정은 지금처럼 기업의 재무상황이 최악인 상태에서 밀어붙여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않다.
변칙증여에 대한 차단조치도 포괄적인 증여의제(擬制)와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신종사채를 이용한 새로운 수법의 변칙증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한 납세자의 불만은 정작 다른 데 있다.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근로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경감 조치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교육 교통세 등 목적세가 정비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고 생필품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가 조정되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인 자동차세제도 손질하지 않았다. 안정적인 세수확보도 좋지만 세제개편의 우선 목표는 어디까지나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