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시인 김연수씨 「사랑이 있어도…」펴내

  • 입력 1997년 8월 26일 08시 33분


「TV에서 최일도목사 프로가 나오더라고. 부엌을 들락거리며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나지 뭐야. 그러면서 여자 마음에 〈저 남자는 아마 결혼도 못했을거야. 저런 사람한테 누가 시집을 오겠어?〉하고 생각하는데 남편이 소리치는 거야. 〈여보. 빨리 와 봐. 당신 친구 나왔어〉하잖아. 달려와보니 네얼굴이 비치지 뭐야. 반갑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막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뒷골목 성자(聖者)의 아내 김연수씨(46). 우리시대의 성자로 불리는 「밥퍼」목사 최일도씨(41)의 아내로서, 어쩌면 「부름」을 받은 성자보다 더 고달프고 가파른 지상의 삶을 보람으로 여기는 그. 김씨는 울먹이는 친구 부부 앞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내가 아는 누군가에게서 내 삶의 한 끝을 이해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맺히는 눈물」. 그가 책을 냈다. 자신은 결코 원하지않았지만 어두운 뒷골목 성자의 아내로서 감내해야 했던 생활의 명암을 잔잔하게 담았다. 「사랑이 있어도 때로는 눈물겹다」(동아일보사 발행). 「588 그 남자」 최목사의, 7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장안의 화제작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에서 언뜻언뜻 비치던, 그 속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펼쳐진다.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우리시대의 성자도 집에서는 대책이 없다. 「낮은 데」 임한 자신의 몸 하나 추스르기에도 버겁다. 『애들아 「대책없는 분」 오셨다. 얼른 나와 인사해야지』 쪼르르 달려드는 애들. 『대책이 뭐야?』 『음…, 그건 큰 책이라는 뜻이야. 허허…』 좀 창피하기도 해서인지 헛웃음을 치며 말을 둘러대는 남편. 시간과 물질에 관한 한 식구들에게 한없이 「짠」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사실 힘들어요. 화도 가끔 내요. 오죽하면 저더러 「팝콘 냄비」라고 하겠어요. 참다 참다 한번씩 꽝, 터지는…』 그래서 그는 힘들 때마다 이런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잠시 멈추어선 내 사랑은, 아파도 주고 또 주어서/맑아지는 샘이게 하소서/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땅 속 깊이 스며 흐르다 때 가려 꽃을 피워내는/살아 있는 물이게 하소서」 『남편의 대책 없는 속에서 하나님의 「대책(大策)」이랄까, 큰 뜻을 어렴풋이나마 느껴요. 사람마다 「부름」받는 것이 이런 것일 수도 있다는…. 또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남편이 하는데서 얻는 마음의 안도랄까 위안도 크지요』 주변에서는 그와 최목사를 「선녀와 나무꾼」으로 부른다. 수녀였던 그를, 감출 수 없는 사랑과 이룰 수 없는 사랑 사이에서 피흘리는 영혼의 아픔으로 몰고갔던 최목사다. 나무꾼은 지금 「마누라가 병들어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면서」 행려병자를 위한 무료병원을 세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선녀는 「천사」가 있어 외롭지 않다. 무료병원 건립 후원금이 20억원을 넘었고 놀랍게도 맨처음 천사의 손길을 편 것은 나무꾼이 만난 588의 누이들, 거리의 천사들이었던 것. 『나무꾼 옆엔 선녀가 있고 선녀 곁엔 천사가 있으니 정말 다행이에요』 왠지 그에게서는 그가 쓴 동화 「뚜껑없는 빈 항아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아무것도 담을 것이 없는 빈 항아리. 뚜껑도 없어 먼지만 켜켜이 쌓이는 못난 항아리. 「나도 무언가 담아 보았으면…. 아니, 뚜껑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그러던 어느날 장마로 뚜껑없는 빈 항아리는 홀로 빗물을 맞으며 울고 있다. 그런데 비가 그친 뒤…. 바람만 머물다 가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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