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관계 內實 다질 때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24일로 수교 5주년을 맞는 韓中(한중)관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경제 통상 문화 및 인적교류는 짧은 기간 기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수교 당시 64억달러였던 교역량이 올해는 2백50억 달러에 이르고 상호 방문객 수도 9만명에서 올해 1백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큰 배경일 것이다. 양국관계는 그러나 외형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치 안보분야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안보 완충지대로 삼아 남북한간 등거리외교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국은 정상회담을 6차례나 열었고 작년 9월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 때 중국이 유엔의 대북(對北) 경고성명에 참여하는등 일부 관계진전을 보이기도 했으나 정치적으로 여전히 북한에 기울어져 있다. 安承運(안승운)목사 납치사건에서 피해자를 원상회복시키지 않고 납치범을 풀어준 것 등이 그 단적인 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이 설정한 직선기선(直線基線)과 이를 근거로 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은 한국과 이해가 크게 상충된다. 양국간 자동차 항공기 등 4개 분야 협력합의도 이해가 엇갈려 항공기사업은 무산된 상태다. 양국간 경제협력이 계속 확대될 것은 분명하나 멀지 않은 장래에 상호 보완적 관계가 희석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국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중국의 4자회담 참여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에 건설적 기여를 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양국 관계의 내실(內實)을 다지기 위해서는 경제사범 등 양국관계에서 파생되는 여러 현안을 국제관례에 따라 해결하는 「보편타당한 틀」을 정착시키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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