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위기 발등의 불

  • 입력 1997년 8월 20일 19시 47분


돈의 흐름이 방향을 잃고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자금 및 외환시장 혼란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자금시장의 불안도 문제지만 외환시장 난기류가 외환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미 예고된 불안인데도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제정책팀에 과연 위기관리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금융위기의 가까운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대기업 연쇄부도로 부실채권이 급증한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려 금융경색과 부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 자금시장 혼미를 초래한 것이다. 또 하나는 신용도추락으로 금융권의 해외자금 차입 길이 막혀 외화공급이 부족한 터에 달러 가(假)수요까지 겹쳐 외환 불안을 가속화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제투기자금인 핫머니가 끼여들어 외환시장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보유외화를 무제한 방출해 환율급등을 억제키로 하는 한편 은행과 종금사에는 이미 달러를 긴급지원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를 돕기 위해 기금을 만들고 경영난에 빠진 은행에 대한 특융(特融) 및 정부지급보증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몇달째 가시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국내외 금융기관의 불안심리를 가중시켰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정부는 보다 다각적인 계획을 세워 급한 것부터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정책팀의 오만함에도 있다는 지적이다. 엊그제까지도 『해외신용도가 회복추세이고 자금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던 경제관료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불끄기에 나서는 등 정책대응에 실기(失機)를 거듭하고 있다. 재계 금융계와 민간전문가들의 경고를 정부당국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경제팀이 정권말 누수현상에 빠져 있지 않은지, 경제실상을 진단하고 대처하는 데 문제는 없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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