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20〉
교주님께서 이렇게까지 나오자 나는 더욱 난처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란디브를 떠나온 지난 일 년 여 사이에 나는 부쩍 늙어버린 것만 같은데, 그런 얼굴을 하고 사란디브로 되돌아 갔다가는 자칫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란디브에는 일곱 공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는 신으로 알고 있을 텐데, 이렇게 늙어버린 얼굴을 하고 돌아가게 되면 사람들은 실망과 배신감으로 나를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교주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오, 인자하신 임금님이시여! 저는 결코 임금님의 뜻을 거역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여행으로 인하여 이 몸은 이제 늙고 지쳐 있습니다. 이런 몸으로 그 험한 여행길에 나섰다가는 임무를 완수하지도 못한 채 중도에서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젊고 영리한 사람을 제 대신 보내는 것이 합당할 줄로 압니다』
그러나 교주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다. 내가 그대를 보내고자 하는 데는 다 생각이 있어서이다. 그대가 사란디브 왕과 나를 이어준 장본인이라는 사실도 그렇지만, 여섯번에 걸친 그대의 여행담을 들어보면 그대에게는 항상 알라의 가호가 있었던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여섯번이나 그대를 살려주셨으니 이번에도 알라께서는 그대를 살려주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딴 소리를 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일이 이렇게 되고보니 나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여행에 소용되는 비용과 함께 사란디브 왕에게 보낼 선물과 서한을 받은 다음 어전을 물러났습니다. 그리고는 곧 바로 바그다드를 떠나 바소라로 갔습니다. 바소라에서는 상인들의 무리와 함께 배를 탔습니다.
막상 배에 오르자 나는 가슴이 뛰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안에 아직도 남아 있던 방랑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사란디브에 가면 나의 일곱 아내와 일곱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돌아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스런 일곱 공주와 공주들이 낳은 나의 아이들을 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배는 몇 달을 두고 밤낮 없이 전진했습니다. 그러나 사란디브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은 불안해졌습니다. 지난 이태 사이에 부쩍 늙어버린 내 얼굴을 보게 되면 백성들은 나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할 것이 틀림없고, 그렇게 되면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죄 없는 나의 일곱 아이들까지 죽일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기어이 사란디브로 돌아가 아이들의 목숨까지 앗아가게 하느니 차라리 풍랑이라도 만나 도중에 배가 난파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은 청명하고 물결은 잔잔하여 풍랑이 몰려올 기미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소리쳤습니다.
『오, 알라시여! 당신은 저와 저의 일곱 아이들을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