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물을 찾아 떠나듯 저를 꼭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는 곳에서 땀흘리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한복판 우즈베크의 수도 타슈켄트에 세워진 한국―우즈베크 친선 한방병원에서 만난 처녀 한의사 金志衍(김지연·30)씨의 가녀린 체구안에 자리잡은 제민구제의 큰 뜻은 이미 국경을 넘어섰다.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영등포에서 한의원을 개원해왔던 김씨는 타슈켄트 한방병원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혼기가 꽉찬 나이에도 지난달 1년 계약직으로 이역만리행을 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우즈베크에는 1937년 강제이주된 동포가 2백여만명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들에 대한 치료의 손길이 고국의 따뜻한 체온을 전달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없던 힘도 솟아나는 걸요』
언어소통의 어려움, 입맛에 안맞는 음식과 건조한 기후속에 한달 1백만원의 생활비만을 지원받으면서 무료로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의료인으로서의 보람은 한국에서와 비할 바가 못된다.
『가난한 환자들이 치료후에 고맙다며 집에서 기른 농작물과 과일 꽃다발 등을 선물로 들고올 때 기분이란 참…. 인심이 순박해 환자의 가족과 친지들까지 함께 몰려와 감사인사를 한답니다』
1년전부터 파견나와 이미 유명인사가 된 하동주(32)원장과 둘이서 하루 1백명이상의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이미 환자 예약은 내년 6월까지 모두 끝난 상태다.
김씨의 뒤로는 「그들에게 조국을, 한의학을 세계속으로」라는 봉사단의 구호가 펄럭이고 있었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