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분당선 백궁역(역장 박용철)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국내에도 이런 지하철역이 있었구나』라고 감탄한다.
온통 삭막하기만 해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느끼기 어려운 다른 역들과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4계절을 담은 사진과 아담한 화분이 눈에 들어오고 잔잔한 클래식음악이 흘러나오는 역사에 들어서면 마음부터 차분해진다.
이 역에는 △2백여권의 장서를 갖춘 독서대 △금붕어 자라 등이 뛰노는 미니분수대 △스팀파이프 등 증기기관차 부품모형 △소파와 탁자가 놓여있는 휴식공간 등이 자리잡고 있다.
낮시간에도 더위를 피해 백궁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찾아와 역을 둘러보고 책을 빌려가기도 한다.
「가정 같은 전철역」을 목표로 직원들이 정성을 쏟은 이 역은 지난 봄 KBS드라마 「신부일기」의 촬영장소로도 이용됐다.
역을 이처럼 꾸미는데 돈은 별로 들지 않았다. 아파트단지에서 버려지는 책장 소파 등 중고가구를 공짜로 얻었고 직원과 주민이 기증한 책들로 문고를 만들었다. 화분 20여개를 구입하는 것 외엔 돈을 쓰지 않았다.
처음엔 화분과 그림이 가끔 없어지고 빌려준 책이 잘 회수되지 않아 걱정스러웠지만 「백궁역 쉼터」가 주민들의 「공동재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됐다.
앞서가는 분당역을 꾸미는데 앞장서온 박역장은 『아직도 담배꽁초나 껌을 버리고 가래침을 뱉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멋진 역을 만들게 한다』고 말했다.
분당역은 현장에서 사라진 기차의 운행허가증인 통표(通票) 등 철도관련 물품과 분당선 공사개요도 등을 추가로 전시할 예정이다.
〈성남〓성동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