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인권 국제문제로

  • 입력 1997년 8월 10일 20시 18분


유엔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동안 북한의 인권실상은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데다 접근마저 어려워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다. 유엔이 인권불모지역인 북한에 거듭 관심을 쏟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가려져 있는 북한의 인권실태가 낱낱이 공개되고 개선되도록 실마리를 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사면위원회나 미국무부가 간헐적으로 수집한 정보만 봐도 북한에는 지금 약 15만명이 정치적 이유로 갇혀 있으며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형과 실종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사람의 친인척 등 전체 주민의 25∼30%가 아직도 「적대계층」으로 분류되어 당국의 차별과 감시를 받는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오지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10군데나 있고 탈북기도자는 무참하게 사살되기도 한다. 공개처형 목격담도 적지않다. 부분적으로 드러난 북한의 이같은 인권침해 사례는 사실상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대외정책이나 남북한 관계, 식량문제나 내부사정 등이 주요 관심사였고 인권문제는 항상 논외로 밀려났다. 인권문제를 건드리는 자체가 다른 현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거론하는 것 조차 꺼리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인권유린을 계속 덮어두거나 방관할 수만은 없다. 지금 이 지구상에 그처럼 인권을 짓밟는 정권이 어디있는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번에도 북한의 인권실상을 과거처럼 일회성으로 짚고만 넘어가서는 안된다. 외국인들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최근의 식량문제나 주변환경의 변화 때문에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인권침해 실상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인권문제를 정치적 압력과 내정간섭의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북한측의 상투적인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내정간섭 운운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관련 국제기구들은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가능한 한 축적해 이를 새로운 현안으로 부각시키고 국제문제화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절실히 와 닿는다. 우리는 북한당국에 대해 인권개선을 요구하고 촉구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핏줄을 나눈 동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녘동포들의 짓눌린 인권을 회복시킬 수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나서야 마땅하다. 남북한관계의 정치적 고려 때문에 인권문제를 한없이 뒤로 미루어 놓거나 소극적인 대응만 한다면 민족적인 죄를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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