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17〉
왕의 하는 말을 듣고 있던 나는 말했습니다.
『선물을 준비하도록 하라. 그대의 선물과 그대의 우정을 교주님에게 전할 테니까 말이다. 하룬 알 라시드 교주도 그대와 같이 선량한 군주와 우정을 나누기를 좋아할 것이 틀림없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크게 기뻐하며 교주에게 바칠 갖가지 선물을 준비하도록 신하들에게 분부하였습니다. 이제 왕도 내가 이 나라를 떠난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떠나는 것을 더 이상 만류하지 않는 왕이 마음 한편으로는 야속하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귀엽고 사랑스런 일곱 아내를 두고, 이제 곧 태어날 일곱 아이들을 보지도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하룬 알 라시드 교주에게 바칠 선물이 준비되자 왕은 양피지보다도 훨씬 아름답고 색깔이 노란 하위 가죽에다 군청색 먹으로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습니다.
「저는 사란디브의 왕으로서 귀하의 높은 위덕과 명망을 듣고 크게 감동하여 약소하나마 이렇게 선물을 보내어 존경의 염을 표하는 바이니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귀하는 저에게 형제이며 진리의 벗입니다. 귀하를 경모하는 저의 정이 심심하다는 것을 헤아리시고 회함(回函)의 영광을 내리신다면 더없는 기쁨일 것입니다. 보내드리는 선물은 귀하의 그 높으신 위세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것이오나 부디 받아주시기를 거듭 앙탁드리나이다. 경송(敬頌)」
그런데 하룬 알 라시드 교주를 위하여 왕이 준비한 선물로 말할 것 같으면, 높이가 한뼘이나 되는 홍옥 술잔으로서 그 안에는 세상에서도 보기 드문 진주들이 박혀 있었습니다. 왕의 선물 중에는 또, 코모린 산 침향나무로 만들고 그 위에 코끼리도 한입에 삼켜버릴 만큼 커다란 구렁이 가죽을 댄 침대도 있었습니다만, 그 침대에 자는 자는 결코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진기한 것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온갖 진귀한 보석들이 박힌 장신구며 솟아오르는 달과도 같이 아름다운 노예처녀도 있었습니다.
왕은 또 나를 위해서도 갖가지 진귀한 보물들을 준비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그 옛날에 내가 자석산에서부터 내려올 때 가지고 왔던 보석들도 모두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타고 왔던 뗏목과 그때 내가 입었던 옷가지들은 나를 기념하기 위하여 내가 기거하던 궁전에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갑작스런 출국 소식이 나라 안에 전해지자 국가의 원로격인 장로들을 비롯해 수많은 백성들이 몰려와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한 그들을 설득하느라고 나는 여러 날을 지체해야만 했습니다.
사란디브를 떠날 때 나는 나의 일곱 아내들과 눈물로써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왕을 비롯하여 여러 중신들, 그리고 장로들과 일일이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상인들의 배를 탔습니다.
수평선 위로 까마득하게 멀어져가고 있는 사란디브를 뒤로 하고 바소라를 향해 물살을 헤치며 가고 있는 뱃전에 서서 나는 이런저런 의문에 잠겨들었답니다. 사란디브에서 내가 한 일들, 이를테면 문자를 만든 것이며, 학교를 세워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도록 한 것이며, 높은 성벽을 쌓게 한 일 따위가 과연 잘한 일일까. 그것은 나의 일곱 아이들을 위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의문 말입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