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들의 내부거래 규제 옳다

  • 입력 1997년 8월 7일 19시 58분


재벌그룹 계열사끼리의 자금 인력 자산(資産)지원 등 내부거래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키로 한 정부 조치는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종전 상품이나 용역의 내부거래만 억제해왔으나 이번에 관련규정을 고쳐 자금 인력 자산 등으로 구체화해 규제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재벌그룹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공정거래질서를 어지럽힌 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상호출자와 지급보증으로 은행돈을 무한정 끌어다 업종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려 빚더미의 선단식(船團式)경영을 일삼은 게 재벌이다. 주력 전문업종에 집중투자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계열사간 부당한 내부거래로 효율성과 경쟁력을 무력화시킨 부작용이 너무 컸다. 정부가 상호출자와 지급보증, 차입금을 축소하고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것은 이러한 재벌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거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재계는 이를 지나친 규제라고 반대하나 설득력이 없다. 재벌그룹이 경쟁력이 약한 계열사에 돈을 쏟아부어 유통시장을 교란하고 시장을 잠식해 전문업체를 곤경에 몰아넣는 행위는 비효율과 국가적 낭비를 가져온다.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퇴출을 차단해 산업내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많다. 무리한 내부거래로 계열사를 지원하다가는 건실한 계열사까지 멍든다. 끝내는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자금지원은 물론 계열사에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사무실 임대료를 높게 지불하는 등 자사(自社) 이익을 부당하게 포기해 소액주주만 피해를 보는 일도 더이상 있어선 안된다. 국제기구에서도 이같은 기업간 내부거래 철폐를 추진중이다. 법령 해석에 정부의 자의성이 끼여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보완하면 된다. 정부는 앞으로 재벌의 내부거래를 더욱 엄정하게 감시, 공정한 시장경제의 룰을 정립하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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