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52)

  • 입력 1997년 7월 28일 08시 19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05〉 붉은 수염의 사내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던 나는 물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노래중에 일곱 선녀를 잉태시켜 일곱 현자를 낳게 한다는 말은 대체 무슨 말이오?』 그러자 붉은 수염의 사내는 말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저 자석산에서 내려올 귀인은 이 나라에서 일곱명의 처녀를 아내로 맞아 일곱명의 현자를 낳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일곱 현자가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듣고 있던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로군요』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강 저편 기슭에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강 기슭에 도착한 그들은 저마다 배를 나누어 타고 이쪽으로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붉은 수염의 사내는 내게 귀띔해주었습니다. 『마침내 임금님께서 당신을 영접하기 위하여 오시는군요. 임금님의 대신과 여러 신하들, 그리고 이 나라의 모든 귀족들과 장로들도 함께 말입니다』 왕이 몸소 나를 영접하러 온다는 말에 나는 적이 당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알라께서 미리 정해놓으셨을 테니까 말입니다. 나에게로 온 왕은 무어라 나를 향하여 물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으므로 어리둥절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붉은 수염의 사내가 말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께서는 당신이 정말 저 산맥 너머에 있는 자석산에서부터 왔는지를 묻고 계십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러자 왕은 다시 무어라 물었고 붉은 수염의 사내는 왕이 하는 말을 통역하였습니다. 『당신이 정말 저 산맥 너머에 있는 자석산에서 왔다면 자석산에서 당신이 본 것을 이야기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나는 자석산에서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붉은 수염의 사내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고 듣고 있던 사람들은 감동에 찬 탄성을 질렀습니다. 이윽고 왕과 왕의 신하들은 내가 타고온 뗏목의 목질(木質)이며, 뗏목 위의 보석들이며, 그리고 나의 모습을 더없이 진지하게 살펴 보았습니다. 나이가 많은 장로들은 밀려드는 감동을 억제할 수 없다는 듯 내 손에 입맞추고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나의 뗏목과 뗏목 위의 보석들을 살펴보고 있던 왕도 마침내 내 손에 입맞추고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이여! 저와 저의 백성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을 두고 당신을 기다려왔답니다. 마침내 당신이 이 땅에 임하시니 저와 저의 백성은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엎드려 앙탁드릴진대 이제 이 나라와 이 백성을 인도하소서!』 왕이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것도 그렇지만 그가 하는 그 너무나도 엄청난 말에 나는 얼떨떨해서 무어라 미처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왕의 모든 신하들과 백성들도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저마다 무어라 소리쳤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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