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씨의 도전과 과제

  • 입력 1997년 7월 22일 08시 09분


李會昌(이회창)씨가 2차투표까지 가는 힘겨운 경합끝에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다. 당초 8명의 주자가 나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가운데 시종일관 일정한 세를 유지하며 선두를 달려온 이씨로서는 이번 승리가 「예정된 결과」였다고 할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본인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그동안의 격전을 돌아보면 이씨의 선전(善戰)에 일단 축하를 보낼 만 하다. 특히 이번 신한국당 후보경선은 우리나라 여당 역사상 최초의 완전 자유경선이었다는 점에서 이씨로서는 여당 대통령후보로서 전에 볼 수 없는 정통성을 확보하게 됐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집권당 대통령후보 선출대회는 현직 대통령이 지명한 후계자를 「체육관 선거」 등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추대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신한국당 후보선출 전당대회는 우리 정치사에 하나의 가능성을 연 대회로 평가할 만하다. 이 대회에서 이씨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신한국당 경선과정을 보면 이씨의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지 모른다. 경선과정은 세몰이 줄세우기 상대방 흠집내기에 각종 흑색선전과 금품살포설 등 구태를 다 동원한 추악한 경쟁으로 얼룩졌다. 경선주자들은 당을 같이하지 않을 사람들처럼 필사적으로 상대방을 물고 늘어졌고 정책과 비전의 경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감스럽게도 이회창씨는 이 혼탁경쟁의 와중에서 늘 시비의 표적이 돼왔다. 당대표 사퇴공방에서부터 사조직 흑색선전 돈살포설에 이르기까지 이씨는 경쟁자들의 공략의 표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상표인 「대쪽」 「법대로」 이미지는 많이 훼손됐다. 망국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에 있어서도 이씨는 경쟁자들과 인상적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신한국당 대의원들이 이씨를 선택한 것은 이씨의 곧은 성품과 상대적 청렴성을 높이 산 결과일 것이다. 이제 집권여당 대통령후보로서 이씨는 본격적인 경륜의 심판대에 올랐다. 당심(黨心) 아닌 민심(民心)의 시험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가 그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그로서는 우선 경선과정에서 빚어진 당내 갈등과 후유증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의 총력을 대선승리로 결집하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동시에 여당내 경선과정에서 보인 혼탁양상이 대선과정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씨 자신이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올 연말의 대통령선거는 21세기 미래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이씨는 여당의 대통령후보로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각별히 인식하고 꼭 대통령이 되겠다기보다 누구나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우리 정치사에 기록하겠다는 당당한 각오로 국민심판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집권당 대통령후보로서 국민적 에너지를 선거축제를 통해 재결집하고 이를 국가적 에너지로 고양하는 길임을 이씨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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