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7)

  • 입력 1997년 7월 22일 08시 09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00〉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물길, 그것도 동굴 속으로 흘러드는 급류 위에 뗏목을 띄운 나의 행동은 정말이지 누가 보아도 무모한 짓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나에게는 그것밖에는 달리 아무런 길도 없었습니다. 나는 힘차게 노를 저었고 뗏목은 물살에 실려 수로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뗏목은 흘러가다가 마침내 캄캄한 동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동굴 속에는 칠흑같은 어둠과 귀가 멍멍해질만큼 요란한 물소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굴 속으로 들어간 뒤에도 처음 한동안 뗏목은 그저 물길을 따라 흘러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갑자기 물살이 세어지고 수로가 좁아지면서 뗏목의 양 귀퉁이가 동굴 벽면에 심하게 부딪히기도 하고, 내 머리가 천장에 부딪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급류 속에 휘말려 곤두박질을 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뗏목을 몰아넣은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이 위험한 동굴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은 것을 후회하면서 나는 중얼거렸습니다. 『오! 알라 이외에 신 없고 주권 없도다! 이 캄캄한 동굴 속 급류 속으로 나를 몰아넣다니, 정말이지 나라는 놈은 무식한 놈이야! 그나저나 수로가 더 좁아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렇게 되면 뗏목은 중간에 걸려버린 채 더 이상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될 텐데, 그런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나는 오도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게 되겠지』 내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동안에도 뗏목은 그 험준한 수로를 따라 우당탕퉁탕 흘러내려갔습니다. 어떨 때는 갑자기 천장이 낮아져 나는 천장에다 세차게 이마를 들이박기도 하였습니다. 급하게 흘러가던 뗏목이 바위에 부딪히는 충격에 내 몸이 뗏목에서 튕겨져나갈 뻔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서 뗏목은 깊은 소 속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염려했던 바와같이, 뗏목이 바위 틈에 끼여 꼼짝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가슴패기에까지 차오르는 물 속으로 들어가 죽을 힘을 다하여 뗏목을 빼내기도 하였습니다. 내 앞에는 이런 갖가지 위험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칠흑같은 어둠 때문에 정말이지 나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뗏목을 단단히 붙잡은 채 납짝 엎드려 있는 것 뿐이었습니다. 참으로 길고 긴 여행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내 일생을 두고도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 「항해」는 다시 없었을 것입니다. 밤낮을 가릴 수 없는 어둠과 시끄러운 물소리와 한순간도 마음 놓을 수 없게끔 시도때도 없이 닥치는 갖가지 위험들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한 「항해」였습니다.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잠이라도 자버리면 좋겠지만 그렇게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 뗏목이 급류 속으로 곤두박질치기라도 한다면 뗏목은 그 어두운 동굴의 급류에 나를 버려둔 채 혼자 떠내려가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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