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싱가포르 음식］７백만 관광객 『혀는 즐겁다』

식도락만큼 사람을 흐뭇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미가 또 있을까. 잘 먹기로는 이탈리아, 잘 만들기로는 프랑스, 그 다양함으로는 중국인을 앞설 민족이 없다. 그러면 싱가포르는 어떤가. 이 세 나라의 음식문화를 모두 지닌 듯하다. 그리고 거기에 또 하나를 더한다. 이 세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함」이 그것이다. 싱가포르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많은 식당에 먼저 놀란다. 인구는 2백80만명밖에 되지 않는 도시에 한집 건너 식당이라 할 만큼 도처에 식당이다. 해진 뒤 싱가포르강을 끼고 있는 시내 중심가 보트키와 클라크키로 가보자. 이곳은 지난 1백여년간 국제무역항 싱가포르의 무역 중심지로 창고와 상점들이 몰려 있던 곳. 지금은 그 건물들을 개조, 휴식 및 놀이공간을 갖춘 현대적인 상가로 변모시켰다. 그 강가에 실내 및 야외식당과 바 카페 1백여개가 밀집해 있고 매일 밤 이곳은 손님들로 북적댄다. 시내에 즐비한 「호커센터」는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식당가. 강당 같은 실내 한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그 주위에 식당 수십개가 도열해 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과 엄청난 식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밤샘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 시 외곽인 이스트코스트 해변공원. 창이국제공항으로 가는 도중의 바닷가 공원으로 해산물식당 수십개가 밀집한 탓에 자동차 밖으로 나오면 온 공원에서 고소한 요리냄새가 진동한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요리인 칠리크랩과 새우 생선 등 해물요리를 40싱가포르달러정도면 실컷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식당가다. 동시에 4백명이상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식당도 10여개나 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싱가포르의 식당. 마치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로 보일 만큼 먹성이 좋다. 그러나 싱가포르 음식문화의 독특함은 그 다양성에서 돋보인다. 광동식 중국요리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요리, 인도의 남부와 북부요리, 그리고 중국과 말레이시아 혼합식인 프라나칸요리도 등장한다. 여기에 다양한 서양요리까지 가세한 것이 싱가포르 음식이다. 호커센터에서부터 최고급 호텔레스토랑까지 모든 식당이 한해 7백만명을 헤아리는 외국 관광객들과 2백80만 싱가포르 사람들의 혀를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