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싱가포르 음식축제]작은 땅 「큰 접시」

  • 입력 1997년 7월 17일 08시 35분


《열대의 정열이 화끈하게 느껴지는 도발적인 빨간색의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 그 탄생지는 싱가포르 도심에 있는 최고급 호텔 라플즈의 「더 롱바」(The Long Bar)다. 지난 세기 영국 식민지하에서 세계적인 무역항이 된 싱가포르. 그곳의 서양인들이 금세기 초반부터 즐겨 마시던 요염한 트로피컬 칵테일이 바로 싱가포르 슬링이다. 그러나 이 환상의 칵테일을 제조한 연금술사는 냠통분이라는 중국인. 열대과일 즙에 진과 브랜디를 섞은 뒤 얼음을 띄워 마시는 싱가포르 슬링. 이 한잔 술에도 싱가포르의 역사와 자연은 녹아 있다. 술뿐만이 아니다. 음식천국 싱가포르에서는 음식 자체가 역사이자 문화이며 또한 예술이다. 그 싱가포르의 음식문화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싱가포르 음식축제」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인구라고 해야 3백만명도 채 안되는 자그마한 도시국가 싱가포르. 그러나 「식당밀집도」로는 홍콩과 쌍벽을 이룰 만한 지구상 최고의 식도락 천국이다. 그런 싱가포르에서 「음식축제」가 열리니 그 「먹자판」이 얼마나 걸직한지는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가늠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9일 오후7시 「구어메 사파리」가 시작됐다. 전채요리 본요리 디저트 등 코스별로 맛있는 식당 네 곳을 찾아다니며 식사를 즐기는 식도락투어다. 참가자는 12명, 소요시간은 4시간. 이날 안내자는 태국 국왕의 파티조리사로도 초청됐던 싱가포르의 식도락잡지 편집장 피터 니프(독일). 이날 요리의 주제는 동서양의 음식문화에서 잉태된 새로운 감각의 아시아푸드였다. 사파리 출발지는 식도락의 새명소 「차임즈」의 양식당 「스타즈」. 차임즈는 거대한 옛 수녀원과 학교를 개조, 수십개의 식당과 바를 밀집시킨 공원풍의 레스토랑 지역. 첫 요리는 북태평양 연어에 캐비어를 얹고 살짝 절인 신선한 오이를 곁들인 전채. 이어 일행은 트롤리버스(전차 모습의 버스)를 타고 유명한 인도식당 「키나라」로 옮겨갔다. 여기서는 탄두리(인도의 전통적인 음식조리용 아궁이)에서 구워낸 바닷가재와 마늘 난(인도식 밀전병)이 서브됐다. 이날 본요리는 싱가포르강변의 식당가 클라크키에 있는 태국식당 「탄닝」에서 제공됐다. 메뉴는 기름에 튀긴 농어와 그린커리치킨, 그리고 마늘과 후추로 양념한 대하, 굴소스로 볶은 야채, 그리고 파인애플 껍질에 담은 볶음밥. 디저트는 싱가포르 최고급호텔 더 리젠트의 양식당에서 서브한 생강아이스크림과 망고푸딩, 그리고 커피와 차. 식당마다 요리사가 직접 나와 음식을 소개하고 가이드가 설명을 덧붙였다. 또 식사중에는 각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을 엄선, 무제한 제공했다. 이날 구어메 사파리의 참가비는 2백싱가포르달러. 이런 식도락 말고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많았다. 클라크키에서는 요리사들이 나와 다양한 오리요리의 비법을 가르쳐 주는 「오리요리 잔치」(6일)가, 최고의 볶음밥 요리사를 선발하는 볶음밥경연대회(12일)도 열렸다. 19일에는 이스트코스트 해변공원에서 불고기를 비롯한 세상 모든 구이요리를 맛보는 「세계 최장 바비큐잔치」가 펼쳐진다. 또 커피의 모든 것을 듣고 맛보고 만드는 「커피클럽」, 매일 한가지씩 정해서 맛보는 「오늘의 추천요리」 등도 있다. 싱가포르 음식축제는 매년 7월 한달동안 펼쳐진다. ▼ 여행정보 ▼ △입국비자〓없음 △시차〓1시간. 서울시간은 싱가포르+1시간 △환율〓싱가포르달러당 6백26원 △연락처〓싱가포르관광진흥청 서울사무소 02―399―5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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