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40)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93〉 이튿날 아침 날이 밝자 짐꾼 신바드는 아침기도를 올린 뒤 뱃사람 신바드의 집으로 달려갔다. 주인은 반갑게 그를 맞아 자리에 앉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는 동안 이 집의 단골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하인들의 손길은 식탁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윽고 사람들이 다 모이자 잔치는 시작되었다. 먹고 마시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는 동안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그때 주인은 일동을 향하여 그의 여섯번째 항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 이렇게 빠짐없이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약속드린대로 오늘은 나의 여섯번째 항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섯번째 항해에서 돌아온 나는 한동안 온갖 복락을 누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다섯번의 여행을 통해 벌어온 그 엄청난 재산들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그 지긋지긋한 고생과 마음의 고통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으려니까 한 무리의 상인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들이 몰려오자 이야기는 갑자기 여행담으로 옮겨갔습니다. 기막힌 항해와 모험, 돈, 거저먹기나 다름 없는 장사, 이국의 진기한 풍속, 이국 처녀와의 사랑 등의 이야기가 어느 새 좌중을 압도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외국에서 돌아와 다시 고향 하늘을 바라보는 기쁨, 가족이나 친구들과 해후할 때의 그 행복감…. 고향에만 처박혀 있으면 어찌 이런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자는 역시 고향을 떠나 두루 세상을 돌아다녀야 해』 상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 항해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끝에 나는 결국 다시금 항해를 해보기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결심이 서자 나의 마음은 더없이 홀가분해졌습니다. 그날로 나는 시장으로 가 교역에 필요한 갖가지 상품들을 사들여 짐을 꾸렸습니다. 짐이 꾸려지자 나는 곧 바소라로 갔고 바소라에서는 때마침 출범을 앞둔 배 한 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탄 배에는 온갖 값비싼 짐을 실은 상인이며 명사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의기충천하여 바소라를 떠났습니다. 우리 앞에는 넓은 바다가 펼쳐졌고 나는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바다에서 바다로, 도시에서 도시로 나아갔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장사를 하여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이방인들이 사는 나라들을 두루 구경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항해는 전에 없이 순조롭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갑판 위에 서서 바다를 관찰하고 있던 선장이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두건을 벗어 던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원들과 상인들은 저마다 불길한 예감을 안고 그에게로 몰려들었습니다. 선장은 절망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오! 이젠 파멸이야! 가엾어라, 내 아이들은 이제 고아가 되는구나!』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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