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38)

  • 입력 1997년 7월 13일 09시 12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91〉 『그야 어렵지 않죠』 선장은 흔쾌히 이렇게 말하고 항해사에게 지시하여 섬을 한바퀴 돌게 했습니다. 나는 선장의 손에 입맞추며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그 아름다운 바닷가 소왕국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바다를 향하여 난 집들이며, 황금빛 돔을 한 궁전과 사원이며, 낯익은 거리들이 뱃전을 스치고 지나갈 때 나는 마침내 뜨거운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내가 뱃전에 기대어 흐느끼고 있으려니까 선장이 내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이 왕국에 정이 많이 들었던가 보군요. 이 나라에 오랫동안 사셨습니까?』 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살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섯 달… 아니, 진실을 말하자면 단 하룻밤을 살았답니다』 『하룻밤이라고요? 하룻밤을 살고도 그렇게 떠나는 것을 아쉬워할 수가 있습니까?』 『하룻밤. 그래요. 그렇지만 그 하룻밤은 제 일생과 맞먹는 것일 수도 있답니다. 그 하룻밤은 나를 새로 태어나게 했으니까요』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선장은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이윽고 우리가 탄 배는 그 아름다운 왕국을 떠나 망망대해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탄 배는 좀 이상했던 것이 낯선 도시를 지나면서도 교역을 위하여 닻을 내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배는 오직 바그다드를 향하여 쉼없이 물결을 헤쳐나갈 뿐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배에는 상인이라곤 한 사람도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중간에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일도 없었습니다. 물론 배는 때때로 낯선 항구에 정박하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은 교역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휴식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선원들은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충하기 위해서만 거리로 나갔습니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선장 이하 모든 선원들은 나에게 더없이 친절하고 공손하였을 뿐 아니라, 극진히 나를 대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찌나 나를 극진히 대접했던지 나는 점점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나는 진주가 든 자루 하나를 열어 한 움큼의 진주를 선장에게 내밀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친절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이 진주밖에는 없으니 우선 이것이라도 받아주십시오』 그러나 뜻밖에도 선장은 내가 내민 진주를 보자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그건 조개똥이 아닙니까? 웬 조개똥을 그렇게 많이 주웠습니까? 아하! 그러고보니 당신이야말로 바로 조개똥이나 줍는다는 그 성자로군요. 그렇지만 대체 이 조개똥을 무엇에 쓰려고 주웠습니까?』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몹시 당황하여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습니다. 『선장님, 이건 조개똥이 아니라 진주라고 하는 보석이랍니다. 바그다드에 가면 아주 비싼 값에 팔린답니다』 그러나 선장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성자님,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것이 지천으로 널렸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건 아이들이나 가지고 노는 것이랍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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