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의 웨스트키들링턴 초등학교에서는 학습교재로 재활용품을 폭넓게 사용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에서는 학생들이 미술시간 등에 사용할 공작세트를 문방구에서 사서 쓰는 일은 없다.
이를테면 중량이 표시돼있는 과자의 포장지를 게시판에 붙여 내용물의 무게를 묻는 학습교재로 사용한다. 또 우유통에 점토를 붙여서 인형을 만들어 연극시간에 이용한다.
학교는 일주일에 두세번 학부모에게 「학습도구로 쓸 수 있는 재활용품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한다. 이렇게 해서 모은 온갖 잡동사니는 용도에 따라 분류, 여러개의 통에 담아놓는다.교사는 물건의 재질과 모양을 보고 어떤 수업에 쓸지를 정한다.
이 학교 1학년 미술시간. 니키타는 달걀넣는 판으로 온갖 꽃이 피어있는 모형화단을 만들었다. 달걀이 들어있던 움푹한 곳을 점토로 메우고 마분지로 꽃을 만들어 심었다.
평소 아버지가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가 몹시 갖고싶던 다니엘은 직사각형 과자상자 겉에 백지를 붙인뒤 컴퓨터 자판을 그림으로 그려 모조 노트북 컴퓨터를 만들었다. 마리사는 플라스틱 빈병의 밑부분을 잘라내 세로방향으로 여러번 가위질을 해서 꽃잎 모양을 만들었다. 여기에 종이를 붙여 색칠을 하니 한송이의 훌륭한 해바라기가 됐다.
케리는 스웨터의 실을 풀어 우유통으로 만든 점토인형의 머리카락으로 사용했다. 마침 학부모가 가져온 아기옷을 입혀 예쁜 아기인형을 만들었다.
학교측은 『폐품을 학습교재로 활용함으로써 무엇이든 한번 쓰고 버릴 게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