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25)

  • 입력 1997년 6월 29일 08시 58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78〉 나는 겸손하면서도 성실한 태도로 발표를 계속했습니다. 『저는 성침의 전통이 이 나라에서는 실로 다대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성침은 각 가정의 아내와 남편들에게는 자부심을 갖게 하고, 군신간에는 일체감을 공고히 하고,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는 순결의 미덕을 절감하게 하니, 그로 인하여 국가의 기강은 확고해지고 백성들은 만인평등에 대한 믿음으로 진정한 화합을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오직 충성된 자의 임금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성은이 망극할 따름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일동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특히 장로들 중 몇몇은 크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열흘 동안 이 나라 역대 임금님들의 행적에 관한 기록들을 살피면서 실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였습니다. 가령 이 책에 보면 사백년 전의 한 임금님께서는 오랫동안 전장에 나가 계셨기 때문에 태자가 내치(內治)를 맡아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태자가 얼마나 내치를 잘 하였던지 계속되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는 일도, 민심이 이반하는 일도 없었으니, 안으로는 문물이 더욱 발달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임금님이 계시지 않는 동안 임금님을 대신하여 태자가 성은을 베풀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습니까?』 일동은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오백년 전의 한 임금님은 일곱 명의 공주가 있었는데, 그 일곱 공주가 성장하여 혼기에 이를 때마다 멀리 로움까지 여행을 시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왜 그 임금님께서는 일곱 공주가 혼기에 이를 때마다 그 먼 로움까지 여행시켰을까요? 그것은 일곱 공주님들로 하여금 로움의 임금님의 성은을 입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가설입니다.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근거가 있으니, 첫째 당시에 로움을 통치하신 임금님으로 말씀드리자면 깊으신 신앙심으로 알라를 숭배하시고 높으신 덕망으로 백성들을 다스린 성군의 한 사람으로 명성이 자자하다는 것이요, 둘째 그 일곱 공주님들이 귀국했을 때는 한결같이 귀공자님들을 잉태하고 계셨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는 사실이요, 셋째 그후로 로움의 임금님께서는 이 나라를 극진히 사랑하셔서 해마다 많은 선물을 보내주셨던 것은 물론 외침으로부터 이 나라를 보호해 주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말 하지 못하고 듣고만 있었습니다. 나는 계속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임금님 중 한분은 일찍이 선왕을 여의었으므로 다섯 살에 등극을 하셨습니다. 그분은 너무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선왕의 유언에 따라 현자 두반이라는 분을 먼 외국에서부터 초빙하였습니다. 어린 임금님이 할 수 없는 일을 현자 두반으로 하여금 하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그 결과는 아주 좋았으니, 비록 임금님이 어리기는 했지만 당시의 이 나라 국운은 날로 번성하였던 것입니다. 현자 두반은 임금님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할 때까지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을 이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귀국했습니다』 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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