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15)

  • 입력 1997년 6월 18일 07시 54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68〉 있는 힘을 다하여 내동댕이치자 마침내 노인은 나에게서 떨어져 저만치 풀숲에 나가떨어졌습니다. 풀숲에 나가떨어진 노인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사악한 노인을 떼어놓자 나는 갑자기 날아오를 것만 같이 몸이 가벼웠습니다. 정말이지 그렇게 홀가분한 기분은 난생 처음 느껴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악한 노인에게서 풀려났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 찰거머리 같은 노인이 설마하니 이렇게 쉽게 떨어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입니다.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나에게 엉겨붙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니, 지금은 설령 술에 취해 맥을 못춘다 할지라도 술이 깨면 어떤 앙갚음을 할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커다란 돌 하나를 주워 들고는 그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정신 없이 잠들어 있는 놈의 두개골을 향하여 힘껏 내리쳤습니다. 놈의 두개골은 와지끈 소리를 내면서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는 또 다른 돌을 하나 들어다 이번에는 그의 가슴패기를 내리쳤습니다. 갈비뼈들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어 또 다른 돌을 들고와 이번에는 놈의 배를 내리쳤습니다. 뱃가죽이 터지면서 창자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렇게 되자 그 사악한 요물은 피와 기름이 곤죽이 되어 삽시간에 지옥의 업화 속으로 떨어져 갔습니다. 알라시여, 그런 사악한 놈에게는 절대 자비를 베풀지 마시기를! 노인이 완전히 죽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그때까지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와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 오랜 뒤에서야 나는 비로소 개울로 가 똥과 오줌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었습니다. 아주 말끔히 몸을 씻은 뒤에는 맑은 물을 마셔 갈증을 풀고 과일들을 먹어 배를 채웠습니다. 그 지긋지긋한 노인에게서 마침내 풀려났는데다가 목욕을 하고 배를 채우니 갑자기 나른한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나무 그늘에 쓰러져 이틀밤 이틀낮을 잤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나는 그 노인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노인의 시체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고, 수많은 파리떼들이 새까맣게 엉겨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더러운 노인의 시체를 향해 침을 뱉어주고 돌아서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나는 바닷가 모래톱에 앉아 텅 빈 바다를 지켜보면서 하루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다를 지켜보고 있어도 지나가는 배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나는 다시 과일과 물로 배를 채우고 바위 틈에서 잤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자 다시 바다로 나가 난바다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나는 바닷가에 혼자 앉아 이것저것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알라께서는 언제나 나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어 일가친척과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실까?』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에 희미한 점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배의 마스트 같기도 했습니다. 나는 너무나 반가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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