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젖은 빵」을 씹으며 「해뜰 날」만을 기다리던 박지철(롯데)과 김봉영(해태). 이들에게도 「쨍하고 볕들날」이 찾아왔다. 올들어 무명 투수로서의 설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94년 동래고를 졸업하고 연봉 6백만원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박지철. 통산 성적이 고작 6승14패3세이브. 방어율은 4.03.
그러나 올해 그의 활약은 억대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뛰어든 차명주 손민한보다 훨씬 낫다. 그는 지난 16일 현재 「신 소방대장」 임창용(해태)을 제치고 방어율 1위(1.92). 승률(0.714) 삼진(54개) 다승(5승)부문은 각각 5위.
그는 팀을 연패의 늪에서 구해낸 「해결사」. 지난 4월 22일 전주 쌍방울전에서 시즌 두번째 3연패의 위기에 몰렸던 팀을 살려내며 첫 승을 신고했고 나흘뒤 부산 삼성전에서도 세번째 3연패를 막아냈다.
박지철의 주무기는 뚝 떨어지는 커브와 정확한 컨트롤. 여기에 두둑한 배짱과 승부근성까지 갖춰 바닥권을 헤매는 팀의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
92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배팅볼 투수로 입단한 김봉영. 그도 지난해까지의 성적은 「0의 행진」. 31경기에서 단 한번의 승리 패전 세이브도 없었던 것.
하지만 그는 올해 두 경기에서 2승을 따냈다. 그는 김상진과 조계현이 부상으로 빠지자 운좋게 지난 7일 한화전에서 데뷔후 첫 선발로 나섰다. 더군다나 한화는 당시 5연승을 달리며 3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둬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5이닝 동안 안타 3개만 맞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 15일 롯데전에서도 포크볼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질을 선보이며 6이닝 동안 5안타 2실점의 역투를 선보였다.
그의 별명은 「벤치 에이스」. 덕아웃에 앉아 쉴새없이 소리를 질러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고 상대편의 기는 죽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