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67〉
그 사악한 노인을 목말 태우고 살아야 하는 나는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빠졌고, 처량한 생각에 눈물을 흘린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고지상이신 신께 제발 나를 죽게 하여 주십사고 기도드린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노인을 업은 나의 발길은 호리병박이 잔뜩 달려 있는 숲에 이르렀습니다.
탐스럽게 열린 호리병박을 보자 나는 잘 마른 것 하나를 따 꼭지를 떼고 속을 긁어내었습니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따 그 즙을 박 속에 짜 넣었습니다. 포도즙이 가득 차자 나는 주둥이를 틀어막은 뒤 햇볕이 내리쬐는 모래 위에 놓아두었습니다. 뜨거운 햇볕 속에 놓아둔 호리병박 속의 포도즙은 불과 며칠 사이에 독한 술로 변했습니다. 한 모금 마셔 보니 맛도 괜찮았습니다.
그 뻔뻔스럽고 고약한 악마한테 붙잡혀 혹사를 당하여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나에게 술은 다소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얼근히 술에 취해 있으면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고생스런 마음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리병 박을 따 술을 담가 놓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노인은 내가 술을 마시는 걸 보고 무어라 낑낑 신음소리를 내며 알 수 없는 손짓을 했습니다. 그는 나에게 내가 마시는 게 뭐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이건 더없이 좋은 정력제인데 이걸 마시면 몸이 튼튼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이 흥겨워지고 기운도 솟아난답니다』
이렇게 말하고난 나는 취한 김에 노인을 무동태운 채 겅중겅중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나는 또 다리에 맥이 풀린 듯이 비틀거려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나의 동작들을 보자 노인은 잔뜩 호기심이 동하는지 나의 손에서 호리병박을 낚아채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그 속에 든 독한 술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신 뒤 빈 병은 땅에다 내동댕이쳤습니다.
노인이 빈 병을 내던지는 걸 보자 나는 부리나케 달려가 모래 속에 묻어둔 또 다른 술병 하나를 꺼내어 노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성질 사나운 그 노인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새 술병을 건네주자 노인은 다시 벌컥벌컥 마셨고, 나는 또 다른 술병을 건네주었습니다. 뜨거운 햇볕 속에서 연거푸 몇 병의 독한 술을 마셔댔으니 제 아무리 사악한 노인이라 할지라도 아무렇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노인은 마침내 취흥이 도도하여 나의 목에 걸터앉은 채 손뼉을 치는가 하면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느닷없이 오줌을 질질 싸대는 통에 나의 몸이 질퍽하게 젖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술 기운은 점차 머리에까지 올라갔으니 노인은 마침내 몸도 가눌 수 없을 만큼 곤드레가 되었습니다. 팔다리가 축 늘어져서 내 목덜미에 걸터앉은 몸뚱이가 건들거렸습니다. 노인이 정신을 잃을 만큼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안 나는 두 손으로 그의 다리를 잡아 내 목에서 풀었습니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닿을 만큼 허리를 굽힌 채 힘껏 내동댕이쳤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