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12)

  • 입력 1997년 6월 15일 08시 21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65〉 그러나 나는 차차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섬이 비록 아름답기는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특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피로와 불안으로 숨이 끊어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여행 길에 올랐다가 외딴 무인도에 표류한 것도 처음이 아니건만 나는 전에 없이 몸과 마음이 지치고 외로웠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든 탓이겠지요. 나는 어둠이 깔리고 있는 바위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하던 끝에 마침내 쓰러져 누워 아침이 될 때까지 세상 모르고 잠에 곯아떨어졌습니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는 시냇물을 따라 거슬러올라갔습니다. 한참을 올라가고 있으려니까 솟아오르는 샘물을 가두어 만든 조그마한 박우물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박우물 곁에는 아주 풍채가 좋은 노인 한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노인을 보자 나는 이 섬에 인간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인은 종려잎 섬유로 만든 허리에 두르는 치마 같은 것을 걸치고 있을 뿐 다른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걸 보자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필시 이 노인도 나처럼 배가 파선 되어 이 섬에 표류한 사람일 거라고 말입니다. 나는 노인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상대방도 몸짓으로 응답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전혀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보시오 노인장, 어찌하여 이런 곳에 혼자 앉아 계시오?』 내가 물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도시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낼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쪽 손으로는 어떤 시늉을 해보였습니다. 처음에 나는 노인이 하는 시늉이 무얼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물었습니다. 『뭘 원하십니까?』 그러나 노인은 예의 그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와 함께 같은 동작의 시늉을 해보일 뿐이었습니다. 한참 뒤에서야 나는, 어쩌면 저 노인은 지금 나에게 노인을 업어 도랑 저쪽으로 건너달라고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도랑을 건너시고 싶은 겁니까?』 그때서야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걸 보자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어쩌면 이 노인은 중풍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건지도 몰라. 병에 걸린 노인에게 친절을 다하는 것은 천국에 가서 보답을 받는 일이지」 나는 노인에게로 가 등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널름 내 어깨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나는 노인을 목말태운 채 개울을 건너갔습니다. 개울을 건넌 뒤에는 자세를 낮추며 말했습니다. 『자, 천천히 내리십시오』 그러나 노인은 나의 어깨에서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두 다리로 내 목을 감았습니다. 게다가 내 목을 감는 두 다리의 힘이 얼마나 세었던지 나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노인의 다리를 살펴보았는데, 그 다리의 살갗은 푸르죽죽하고 까칠까칠한 게 흡사 물소 가죽 같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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