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멈출 수 없는 「고속철 건설」

  • 입력 1997년 6월 14일 19시 58분


「밑 빠진 독에 물붓기」 「골칫거리」 「저속철(低速鐵)」. 단군이래 최대 역사(役事)로 불리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따라붙는 불명예스런 수식어들이다. 완공시기가 당초 99년에서 2003∼2004년으로 늦춰지고 공사비도 당초 5조8천억원에서 17조∼19조원으로 늘어날 판이니 이런 말을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제 경부고속철을 둘러싼 논의는 공사중단 논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중단론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성도 없는 사업으로 국민경제를 주름지게 하느니 이미 투자된 2조원이 아깝더라도 공사를 중단하자. 경부고속철도를 만들 돈으로 경부고속도로 4개, 경부선 철도 4개를 놓는 게 낫다. 차세대 교통수단인 자기부상열차를 놓자.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유의 주장은 물류난을 해소할 적절한 방안을 갖고 있지 않고 제시된 대안도 경부고속철보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높다. 오는 2001년 경부간 자동차 교통량은 연간 1천6백90여만대로 지난 95년 8백40여만대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비는 94년에 이미 국내기업 총매출액의 16.9%를 차지했다. 고속도로를 이제부터 건설한다 해도 2000년대 초에 물류난을 덜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기부상열차는 저속 도시교통수단으로나 가능할 뿐이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68년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의 논란과 유사하다. 당시 정부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는 우리 경제의 대동맥이 됐다. 도로공사는 잇따른 고속도로 건설로 무려 4조5천억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지만 그 누구도 경제성을 내세워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현재 고속철도 건설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더라도 물류난을 덜기 위해서는 이를 추진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는 빈틈없는 충실한 보완계획을 세워 더이상의 지체없이 안전한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강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하준우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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