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아이들의 생각에 대해 어른의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줄 뿐이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글 쓰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글짓기의 주제도 아이들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배려한다.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성현(9)이가 미국에서 2학년에 다니고 있을 때의 일이다.
우연히 학교에 들렀다가 작문시간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선생님이 내준 주제는 「영화 주만지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상상해서 써보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원고지에 옮겼다. 어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표현되어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글짓기가 끝난 뒤 선생님의 지도방식이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글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쓴 글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 상상의 세계를 더욱 넓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귀국한 뒤 하루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기 시작한 아들의 일기장을 보았다.
「학교앞에서 솜사탕아저씨를 보았다. 미국의 동물원에서 처음 맛보았던 솜사탕을 사려고 했지만 한국말에 자신이 없어 결국 사먹지 못했다」.
일기장 끝에는 선생님이 빨간색으로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학교앞에서 군것질 하는 것은 나쁜 버릇입니다」.
아이는 솜사탕을 보면서 동물원의 모습과 숨죽이고 지켜보았던 서커스단의 묘기 등을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일기장에 선생님이 적어 놓은 이 글을 보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