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약국 연대휴업 안된다

  • 입력 1997년 6월 9일 08시 07분


대한약사회가 또 오는 13일 전국 약국문을 닫기로 결의했다. 이번에는 해열제 소화제 등 단순의약품의 슈퍼마켓판매와 의약품 표준산매가격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번 한―약(韓―藥)분쟁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극단적인 집단이기주의다. 대한약사회의 이번 연대휴업 결정은 그 이유부터가 타당치 않다. 외국은 해열제나 소화제 등 이른바 단순의약품을 오래전부터 슈퍼에서 팔고 있다. 드링크류나 감기물약 등 제약회사에서 조제된 형태로 나온 의약품들은 약국에서 사든 슈퍼에서 사든 내용물이 달라지지 않는다. 약국이 문을 닫은 늦은 시간 그런 약품들을 동네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큰 편익이다. 그것을 「의약품의 오남용」을 내세워 반대한다면 납득하기 어렵다. 의약품의 표준산매가격제 폐지 또한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제도개선이다. 유독 의약품에 한해 이른바 표준산매가격이라는 것을 정하고 그 가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는 자유경쟁원리에 맞지 않는다. 그동안 대형 도매약국들이 표준가격 이하로 약품을 팔 수 있었던 비정상적인 유통관행도 표준가격제의 산물이다. 표준 산매가격제는 공정거래를 지향하는 개방시대에도 맞지 않는 제도다. 현행 약사법은 약국이 집단으로 문을 닫을 경우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 처벌을 두려워하라는 뜻에서가 아니라 법이 그렇게 규정한 취지와 전문직종인으로서의 윤리를 생각해야 한다. 단순의약품을 슈퍼에서도 팔 경우 약국경영에 타격을 준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정도는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기득권을 끝까지 지키자고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전문직종인답지 않으며 현명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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