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란 곧 「영어화」라는 의미였던가. 거리의 간판 의류 상품명 등이 영어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한국이름 석자 대신 영어이름 만드는 사람들이 부쩍 많다.
웬만한 외국어 학원에 다니는 대학생 직장인들은 거의 모두 영어이름을 갖고 있고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영어로 이름을 짓고 있다. 초등학교 영어수업시간에 영이 철수 대신 리처드 토니 라이언 줄리아 등으로 바꿔 부른다고 한다. 그룹 HOT의 영향인지 토니는 어느반에서든 한 명 이상 있고 타이거 라이온 등 동물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미니 미키 해피 브래드 등 우스꽝스런 이름들도 있다.
이렇게 영어이름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외국인들을 위해서다. 외국인 교사들은 창혁이니 원태 명숙 현미 등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영어이름을 갖게 한다.
또다른 이유는 분위기를 꼽는다. 한마디로 영어로 이름짓고 영어권 사람인양 얘길 해보자는 것인데 이런 이유가 우리 고유의 이름을 등한시할 만큼 중요할까. 외국인 교사라도 학생들의 이름 만큼은 외우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편의를 위해 주체성 없이 아름다운 우리의 이름을 의미도 없는 이름들로 바꿔 버리다니….
일제시대에 목숨걸고 창씨개명을 반대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 너무 비판없이 영어라면 이름까지도 기꺼이 바꿀 정도로 주체성을 상실하고 있어 한심하다.
김윤미 (경북 경주시 시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