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03)

  • 입력 1997년 6월 5일 08시 19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56〉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임금님도 중신들도 이웃집사람들도 조문을 왔습니다. 그들은 죽은 아내에 대해서는 물론이려니와 나의 처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로 위로의 말을 하였습니다. 한편에서는 여인네들이 아내의 시체를 씻기고, 가장 훌륭한 의상을 입힌 다음 목걸이 보석 그밖의 온갖 패물들로 아내를 치장했습니다. 치장이 끝나자 사람들은 아내의 시체를 관에 넣고 상여에 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상여에 나도 실었습니다. 『이건 안될 일이오! 산 사람을 생매장하다니! 나는 당신들의 풍속을 따르지 않겠소!』 사람들이 나를 상여에 실으려 할 때 나는 이렇게 소리치며 뻗대었습니다. 그러나 소용없었습니다. 힘센 남자들이 달려들어 나를 상여에 싣고 밧줄로 묶어버렸던 것입니다. 나를 밧줄로 묶는 남자들도 나의 처지를 슬퍼하여 눈물을 흘려주었습니다. 상여를 멘 사람들의 발길은 정든 나의 집과 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두어 달 전 이웃집 남자와 그 아내를 묻었던 산으로 향했습니다. 상여에 실려 가면서 나는 두어 달 전 이웃집 남자가 그렇게 했듯이 생매장 당하게 된 나의 신세를 생각하며 비통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윽고 장지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묘혈의 뚜껑을 열어제쳤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시체를 관에서 꺼내어 구멍 속으로 던져넣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의 친구들과 아내의 친척들이 내게로 몰려와 이승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나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동안에도 나는 내내 커다란 소리로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산 사람을 죽은 사람과 함께 매장하는 일을 알라께서는 한번도 인정하신 적이 없다! 나는 외국인이며 당신들의 종족이 아니다! 당신들의 풍속을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런 해괴한 풍속을 진작 알았더라면 이 나라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는 건데!』 그러나 그들에게는 나의 이런 말 따위는 쇠귀에 경읽기였습니다. 누구 한 사람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던 것입이다. 이윽고 사람들은 다짜고짜로 내 몸을 타고 앉아 우격다짐으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관례대로 물 한병과 일곱 조각의 보리빵이 든 꾸러미와 함께 나를 동굴 속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동굴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나는 큰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이윽고 내가 동굴 밑바닥에 닿자 사람들은 몸을 묶은 밧줄을 풀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나는 거절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밧줄까지 동굴 속으로 처넣은 다음 바위를 굴려 동굴 입구를 틀어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돌아갔습니다. 혼자 남겨진 나는 주위를 휘둘러보았습니다. 휑뎅그렁한 동굴속에는 시체가 가득했고, 시체가 썩을 때 나오는 물로 바닥은 질퍽거렸고, 그 지독한 냄새로 속이 뒤집힐 것 같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디에선가 죽어가고 있는 사람의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최근에 생매장되어 아직까지 숨이 덜 끊어진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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