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프로선수지만 한시즌에 1백26경기를 치르면서 날마다 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는 한때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나야 하는 법.
이런 면에서 볼 때 해태 이종범, 쌍방울 김기태, 한화 장종훈은 「프로 중의 프로」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들은 시즌초반 부진을 거듭, 재기가 쉽지 않은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왕년의 솜씨」를 뽐내고 있다.
초반 12경기에서 4할대에 가까운 타율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이종범은 이후 갑자기 타격균형이 깨지면서 4월26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16타수 무안타로 주춤했다. 이동안 저지른 실책만도 8개. 그러나 이종범은 지난달 24일 롯데전에서 5타수 5안타로 포문을 연 뒤 최근 7경기에서 타율 0.581 3홈런 12타점을 기록 했다.
94년 왼손타자로는 첫 홈런왕에 오른 김기태의 4월 성적은 0.232의 타율에 홈런 1개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18일 해태전에서 연타석 아치를 그려내면서 방망이가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513 5홈런 18타점.
90∼92년 홈런왕 3연패의 장종훈은 4월 한달동안 홈런이 없어 「이제 한물가지 않았느냐」는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장종훈은 지난달 20일 LG전에서 홈런신고를 하면서 방망이에 불이 붙어 6경기에서 홈런을 5개나 뿜었다. 이와 함께 최근 10경기에서 4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타점도 12개나 올렸다.
〈김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