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우라니엔보르그 초등학교 7학년인 에스펜(13)은 매주 금요일 양동이와 봉걸레를 들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계단을 청소하기 위해서다.
에스펜의 집은 7가구가 사는 4층짜리 아파트. 돌아가면서 1주일에 한번씩 아파트 계단 청소를 한다.
에스펜의 집에서 아파트 계단 청소는 항상 에스펜의 몫이다. 아버지 클로드 올센이 한번에 50크로네(약 6천원)를 주기로 약속하고 에스펜과 형 비야르테(15)에게 이 일을 맡겼다. 하지만 형은 용돈을 벌기 위해 신문이나 광고지를 돌리는 일이 바빠 지금까지 에스펜이 거의 도맡아왔다.
몇번씩이나 양동이에 새로 물을 날라와야 하기 때문에 한번 청소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린다. 『혼자 하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한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 금방 끝난다』며 즐겁게 청소를 했다.
전화교환원으로 일하는 어머니와 잡지사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오후 5시가 넘어야 귀가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에스펜 형제가 집안일을 거들어야 한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집안일을 할 때마다 용돈을 준다. 부엌의 냉장고에는 일의 종류와 돈의 액수를 적은 쪽지가 붙어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면 4크로네, 접시를 닦고 제자리에 꽂아놓으면 10크로네, 커피를 준비하면 2크로네.
일을 할 때마다 냉장고에 붙은 쪽지에 날짜를 적어놓으면 아버지는 토요일마다 돈을 계산해 준다.
이렇게 해서 받는 돈이 일주일에 60크로네 정도.
『지난 겨울 1만2천크로네를 주고 펜티엄급 컴퓨터를 샀는데 아버지가 6천크로네를 내고 형과 제가 3천크로네씩 냈어요』
이처럼 부모와 함께 돈을 합쳐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해두어야 한다. 만약 아이들이 내야 할 돈이 부족하면 다 모을 때까지 절대로 사주지 않는다.
클로드는 『아이들도 집안일을 거들어야 한다는 것과 무엇인가 얻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이렇게 가르쳤다』고 설명한다.
부인들도 대부분 직업을 갖고 있는 이곳에서는 한가족이 모두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 아이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자기방을 치우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준비를 하는 것도 모두의 일이다.
스웨덴의 아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바느질법과 요리법을 배운다. 옷을 만드는 어려운 일이 아니면 바느질은 아이들이 직접 한다. 점심식사도 혼자 준비해서 먹어야 한다.
여자아이들도 기술시간에는 남자들과 함께 나무짜기나 대패질과 같은 목공일을 배운다.
남자일과 여자일, 아이일과 어른일이 따로 없다. 어린이들에게 무거운 짐을 나르게 한다거나 위험한 일을 시키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직접 하도록 한다.
공부나 숙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처럼 아이가 힘들어 한다거나 이해를 못한다고 해서 부모들이 숙제를 해주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오슬로에 있는 하슬레초등학교 아이들은 매주 금요일에 다음주 수업계획표를 받는다. 수업계획을 미리 알고 여기에 맞춰 일주일 생활을 나름대로 계획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매일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짠 계획에 따라 공부한다.
아이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 자신이다.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실수를 할 때 도와줄 뿐이다.
하슬레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잉게르 영블럼(35)은 『아무리 어린 나이라 해도 인생의 주인공은 아이들 자신이다. 어려서부터 자기 인생을 계획하고 책임지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스톡홀름·오슬로〓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