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연극「키스」출연 남긍호씨,처절한 입맞춤 표현

  • 입력 1997년 5월 29일 07시 57분


키스를 혼자 한다? 불가능해 보인다. 몸짓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마임이스트 남긍호씨(34)는 해냈다. 그것도 어떤 키스보다도 열렬하고 관능적으로. 서울 동숭동 혜화동1번지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키스」. 윤영선의 극본을 세명의 연출자가 각각 다른 배우를 통해 형상화한 색다른 연극이다. 남씨에 앞서 선보인 작품에서는 두 남녀가 말로는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거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절망스러울 때 입맞춤으로 합일을 이루는 「정통적 키스」를 보여주었다. 남씨는 혼자 나왔다. 가로 세로 2m정도의 흰 광목천을 들고. 이 천을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던 그는 이윽고 사람얼굴처럼 뭉쳐 가지고 마치 뜨거운 생명체인양 열정적인, 그리고 처절한 입맞춤을 표현해냈다. 그러나 감동은 아직 이르다. 그의 입술을 물고 늘어진 천쪼가리, 아니 생명체는 지긋지긋하리만치 떨어지지 않는다. 괴롭고 지겨워진 배우는 간신히 「상대」를 떼어내 바닥에 태질친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는 것일까. 『사랑할 대상을 갈구하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흉내내는 것 같은 마임에 익숙해 있는 우리 관객들에게 오브제(천조각)를 통한 마임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프랑스 마르셀마르소 마임학교 등에서 공부한 뒤 올해초 귀국한 그는 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이는 것부터 안보이는 것까지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말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말의 중요성을 절감한다면서 『사람들은 말을 너무 아무렇게나 한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재학중 그의 몸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간파한 누나(현대무용가 남정호씨)의 권유로 현대무용과 마임을 시작했다. 『누나의 동생이라는 것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것이 그의 부탁이었다. 공연은 31일까지. 02―763―6238 〈김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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