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칸 출품 「부에노스아이레스」왕가위 감독

  • 입력 1997년 5월 16일 08시 20분


한국 영화팬들에게 홍콩 감독 왕가위(39)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홍콩영화라면 으레 성룡의 액션이나 주윤발의 누아르를 떠올렸던 우리에게 그의 작품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영화를 저렇게 찍을 수도 있구나』하는 감탄과 함께 그의 새로운 영상은 고량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 내장을 삼키듯 팬들을 빨아들였다.

그후 최근까지 방황하는 도시의 젊음을 표현하고 싶은 한국 감독들은 너도 나도 「왕가위식」 영상을 빌렸다.

그가 칸에 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영어명 Happy Together)라는 새 작품을 들고. 지난 89년 칸 비평가주간에 「As Tears Go By」가 초대된 적은 있지만 그의 작품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7월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이 독자적으로 칸에 참가한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촬영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두 사내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영화. 양조위와 장국영이 출연했다. 왕감독은 공식 기자회견과 시사회를 앞두고 13일 오후(한국시간 14일 새벽)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것 같은가.

『누가 알겠는가. 수상 결과에 관계없이 나는 이번 작품에 매우 만족한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려면 몇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그건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 문제는 아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두 남자주인공의 진한 동성애 장면이 나오는데 게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영화는 게이영화가 아니라 재통합(reunion)에 관한 이야기다. 개인의 재결합일 수도 있고 시골과 도시, 또는 홍콩과 중국의 재통합일 수도 있다. 비록 두 남자가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지만 인간관계의 정서는 여자와 남자든 두남자와 두여자든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그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번 영화를 게이 영화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의 모티브는….

『내가 아르헨티나에 간 이유중 하나는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에 답하는데 지쳤기 때문이다. 나는 지구 반대편으로 도망침으로써 그 물음에서 벗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멀리 도망칠수록 나의 시선은 홍콩으로 향하곤 했다. 결국 이 영화는 1997년과 관련된 것이 되었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 작품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사실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상황이나 체제가 어떻게 변하든 영화제작자나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체제변화나 정부의 심의규정에 따라 작품이 불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칸영화제에도 중국 정부의 금지때문에 장예모감독의 「냉정」이 참가하지 못했으며 「동궁서궁」도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홍콩에 머물고 싶다. 홍콩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북경의 여름」이란 새 작품을 촬영하고 있으며 홍콩에 돌아가는 대로 다시 착수할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칸〓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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