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탈북자들도 진정한 우리동포

  • 입력 1997년 5월 14일 20시 34분


▼안선국 김원형씨 두 가족 14명의 귀순으로 북녘땅을 탈출해 한국에 온 북한주민은 모두 8백20여명으로 늘었다. 북한주민의 남한귀순은 50년대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90년대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총체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회주의체제가 연이어 붕괴되는 가운데 북한체제의 어려움이 가중된 탓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귀순자들이 밝힌 탈북 동기와 경로가 시기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통일원 조사에 따르면 60년대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은 「북한체제 불만」 등 이념적 동기가 72%를 차지했다. 80년대는 처우불만 성분차별 등 개인적인 이유를 대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90년대, 특히 94년 이후에는 생존과 인권문제가 탈출의 두드러진 동기로 나타났다. 「배고파서 못살겠다」든지 시베리아 벌목장에서의 「가혹한 노동조건을 더 이상 참지 못해서」 등이다 ▼탈출경로 또한 다양해졌다. 60년대는 절반 이상이 휴전선을 통해 남으로 넘어오다가 80년대부터는 중국 러시아를 경유한 귀순이 훨씬 많아졌다. 또 9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을 거쳐 베트남까지 내려가 망명을 시도했으며 작년말 김경호씨 일가 등 17명은 홍콩을 통해 집단탈출에 성공함으로써 「홍콩 엑서더스」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번 두 가족은 해상을 통해 곧바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탈출경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육로든 해로든 북한주민의 탈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만전을 기해 대비해야겠지만 이미 우리 품에 안긴 탈북자들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몇몇 설문조사는 이들이 남한사회에 적응을 잘 못해 정신적 물질적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준다. 정부나 개인이나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통일의 역량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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