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제네바 거주 임영옥씨

  • 입력 1997년 5월 12일 07시 51분


제네바에 20년 가까이 살면서 가끔 서울에 가면 번번이 큰 충격을 받고 온다. 요즘에는 학기초마다 촌지부담 때문에 학부모들의 고민이 여간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또한번 놀랐다. 이곳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네바의 학부모들도 우리나라 학부모 못지않게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와 그런 부정한 거래를 하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어느날 딸아이가 박물관으로 소풍을 간다고 해서 선생님 도시락을 어떻게 하나 고민한 적이 있었다. 아이가 도시락은 필요없다고 해서 빈손으로 보냈는데 소풍을 다녀와서는 『선생님께서 아이스크림하고 피자 사주셨어』하는 것이었다. 20명 정도되는 반 아이들에게 배가 고플 것이라며 선생님이 호주머니를 털어 간식을 사주셨다는 것이다. 내가 학교다닐 적에 같은 반 친구들끼리 누구는 김밥, 누구는 음료수, 누구는 과일 하는 식으로 선생님이 드실 음식을 나눠 맡던 때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제네바에서 선생님께 선물을 하는 때는 1년에 꼭 한번. 선생님 생일날에는 반 아이들이 모두 선물을 준비한다. 보통 꽃이나 작은 초콜릿 상자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카드가 전부다. 부담이 되는 선물을 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생님은 카드를 받으면 아이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써서 보내준다. 학부모인 내게는 「유미가 요즘 화장실에 자주 간다.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등 잘 모르는 내용까지 메모해줘 놀란 적이 있다. 정직한 환경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정직의 미덕을 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 임영옥씨는 사업을 하는 남편과 20년째 제네바에서 살며 세 딸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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