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창호「라켓」들었다…피말리는 승부 체력관건

  • 입력 1997년 5월 11일 08시 58분


천하의 李昌鎬(이창호)9단이 「새 스승」을 맞았다. 기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9단. 이미 스승인 曺薰鉉(조훈현)9단을 제치고 바둑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그가 맞아들인 스승은 과연 누구일까. 그의 스승은 바둑과는 무관해 보이는 연세의료원 남성의학교실 崔馨基(최형기)교수. 이9단은 최교수로부터 다름아닌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테니스 자체보다는 체력을 다지겠다는 생각에서다. 최교수는 지난해 전국의사테니스대회 단복식에서 우승, 아마추어 테니스 랭킹 3위에 오른 테니스계의 「고수(高手)」. 한국기원이 공인하는 아마3단의 쟁쟁한 기력도 갖고 있다. 새 사제지간의 인연은 지난3월 프로기사테니스회를 발족시킨 尹奇鉉(윤기현)9단이 맺어주었다. 평소 최교수와 가깝게 지내온 윤9단은 지난달 초 회원으로 가입한 이9단을 최교수에게 소개하기로 작정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의사후견인을 두는 것이 이9단의 건강유지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최교수는 『국보(國寶)적 존재인 이9단이 앞으로 10년, 20년후까지 한국을 대표해 피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버티려면 체력이 관건』이라고 판단해 흔쾌히 승낙했다. 자신이 아끼던 라켓을 이9단에게 선물했고 이9단 집 부근에 있는 서울 방배동 테니스장에 등록시켜 주는 등 적극적인 후원에 나서고 있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국내 정상급 테니스 스타들과의 연습경기도 계획하고 있다. 『좋은 것 같아요』 「돌부처」라는 별명에 기껏 전자오락을 취미로 하고 있던 이9단도 코트를 드나들면서 신이 난 표정이다. 이9단은 그동안 2,3일에 한번씩 온종일 힘든 대국을 벌여야 했다. 지난해 치른 대국만 70여국에 달한다. 체력의 뒷받침 없이 「장기집권」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는 터. 이9단을 필두로 劉昌赫(유창혁) 白成豪(백성호)9단, 許壯會(허장회)8단, 崔明勳(최명훈)5단, 睦鎭碩(목진석)3단 등 10,20대의 신예기사까지 포함, 20명이 잇따라 라켓을 들고 나섰다. 갑자기 테니스 붐이 불기 시작한 것. 윤기현9단은 『당초 테니스회를 조직할 때 10명만 가입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회원가입이 줄을 잇는 것은 체력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徐奉洙(서봉수)9단도 『테니스는 어렵고 등산으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청계산 부근으로 집을 옮길 생각』이라며 『앉아서 기력을 연마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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