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자의 사랑(121)

  • 입력 1997년 5월 10일 09시 49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 〈17〉 그런 식으로 여자가 다녀간 다음의 느낌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틀 동안 그는 꼼짝없이 방안에서만 지냈다. 서영이에게서 몇 번 전화가 왔지만 왠지 그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건 여자에게도 그랬고, 서영이에게도 그랬다. 다른 핑계나 이유를 대지 않고 그는 그냥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금요일과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에 시골에서 동생이 올라왔다. 『따분해, 그곳은』 동생은 시골에서 보낸 며칠간의 소감을 간단하게 한 마디로 말했다. 그도 동생에게 간단하게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 『참 이상해. 어른들은 말이지』 『뭐가?』 『내가 암만 설명을 드려도 형이 기숙사를 나온 걸 이해 못하는 거야. 어른들 생각엔 그 기숙사나 학교가 동일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형이 기숙사를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둔 게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한단 말이지』 『그래서?』 『잘 설명을 드리긴 했는데, 그건 이해하고 이해 못하고의 얘기가 아니니까. 아버지 생각에 아버지 자식들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숙사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야. 일단 그곳으로 들어갔으면 말이지』 『그게 그분들 삶이니까. 그리고 선주(船主)라는 게 꼭 바다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동안 여자가 왔다 갔지?』 동생은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여자 이야기를 했다. 『어제?』 『아니. 꼭 어제가 아니더라도』 『그건 어떻게 아는데?』 『척 보면 알지. 방안 공기도 다르고』 다르게 변명할 틈도 없이 물어온 말이라 그는 어제가 아니라 며칠 전이라고 말했다. 『공기야 다를 게 없겠고, 뭘 보고 알았는데?』 동생은 방 한구석에서 중간까지 타 내려온 양초를 집어들었다. 『아마 형이 내 방에 왔다 해도 그랬을 거야. 이건 우리 형제하고는 잘 어울리는 물건이 아니거든』 『귀신이 따로 없군』 『사단 수색대 병사가 그런 거지. 형 생일은 봄인 걸 내가 아니까 아닐 테고, 그렇다면 여자 생일이었다는 얘긴데』 <글: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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