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국 국민들 변화 택했다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영국 국민들은 1일 실시된 총선에서 변화를 택했다. 유권자들은 노동당에 유례없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 영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국 국민들은 이로써 79년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 집권후 18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며 40대의 젊은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정부에 앞으로 5년간 영국의 진로를 맡겼다. 영국 유권자들은 무엇보다도 블레어당수의 참신한 이미지와 그의 개혁성향을 높이 산 것 같다. 금세기 영국의 최연소 총리가 된 블레어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변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당내 개혁에 과단성을 보여 「21세기의 지도자」로 기대를 모아왔다. 이에 비해 보수당정부는 각료들의 잇단 성추문과 뇌물 스캔들로 정치적 신뢰를 잃었으며 유럽연합(EU)과의 통합을 둘러싼 내분 그리고 존 메이저총리의 우유부단한 성격 등이 겹쳐 재집권에 실패했다. 노동당 집권으로 영국의 국내외 정책이 당장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노동당은 이미 사회주의 좌파이념에서 탈피, 중도온건 노선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높은 세금, 높은 복지」 정책을 완화한 것이나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 것 등이 좋은 예다. 노동당정부는 또 보수당정권과 마찬가지로 EU와의 통화통합, 북(北)아일랜드 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영국 선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적은 돈으로 훌륭히 선거를 치르면서 모범적인 정당정치를 과시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1천만원 정도의 평균 법정선거비용을 어긴 후보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 수십억원의 비용을 쏟아부으며 흑색선전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곤하는 우리의 선거풍토를 되돌아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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