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로마자표기법 개정案,기본틀 존중돼야

  • 입력 1997년 4월 29일 19시 52분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무려 3천여가지나 된다. 수많은 언어만큼 문자의 종류도 각양각색이지만 흔히 알파벳이라고 부르는 로마문자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글자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1941년 조선어학회가 한글을 로마자로 표기하기 위해 「조선어음 라마(羅馬)자표기법」을 처음 제정했으며 지난 59년에 이어 84년 정부차원에서 로마자표기법을 개정해 써오고 있다 ▼우리말을 로마자로 정확히 표기하기란 쉽지 않다. 단모음이 우리는 8개인데 비해 로마자는 5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행 표기법에서는 로마자에 없는 모음을 표기하기 위해 반달표가 사용되고 있다. ㅋ ㅌ 등 격음을 표시하기 위해 어깨점도 쓰인다. 길을 지나다 이렇게 쓰인 도로표지판을 보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처한 경우가 많다. 정작 이 표기법이 통용돼야 할 외국인에게도 무척 생소하다고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표기법 개정안이 새로 마련됐다는 소식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적합하도록 반달표와 어깨점을 없애고 한글 맞춤법에 맞춰 보다 과학적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새 표기법도 어색한 곳이 많다. 이를테면 그동안 Seoul로 써온 서울은 새 표기법으로 Sewul이 된다. 제주는 Cheju에서 Jeijwu로 고쳐야 한다. 김씨 성은 Gim으로, 강씨 성은 Gang으로 바뀌어 자칫 「짐」이나 깡패라는 뜻의 「갱」으로 읽힐 수 있다 ▼현실에 맞게 표기법을 고친다면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면 곤란하다. 불합리한 것은 사리에 맞게 고치되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관행화된 것까지 반드시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개정안 확정에 앞서 다음달초 공청회가 열린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써온 기본골격을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지혜로운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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