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68)

  • 입력 1997년 4월 29일 09시 03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21〉 그런데 짐을 푸는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렸으므로 나는 선장에게 물었습니다. 『배에는 아직도 짐이 남아 있소?』 그러자 선장은 말했습니다. 『나리, 선창에는 아직 여러가지 짐꾸러미들이 남아 있는데 그 임자는 항해 도중 어느 섬에서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 물건을 위탁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물건을 팔되 그 값을 일일이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언젠가 평화의 집 바그다드로 돌아가면 그의 유족에게 전해주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그의 이 말에 나는 귀가 번쩍 뜨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섬에서 익사했다는 그 상인의 이름이 뭐지요?』 『뱃사람 신바드라고 하지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옛날의 그 선장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외쳤습니다. 『오, 선장, 평화의 집 바그다드를 떠나 오랜 항해를 나왔다가 어느 섬에서 익사했다는 뱃사람 신바드는 바로 나요. 우리가 내렸던 섬이 섬이 아니라 물 밖에 내밀고 있는 커다란 물고기 등이라는 걸 당신이 알려주었을 때 무사히 배까지 되돌아간 사람도 있었지만 바다에 빠진 사람도 있었지요. 나는 그 중 한 사람이었지요. 그러나 전능하신 알라의 뜻으로 나는 그때 뱃사람들이 목욕할 때 쓰는 나무통 하나를 붙잡았소. 그 뒤 나는 파도에 시달리고 바람에 불려 이 섬나라에까지 흘러오게 된 것이오. 그리고 신의 가호로 미르잔 왕을 만나 항구감독관으로 임명되었던 거요. 자, 그러니 그 짐짝은 바로 내것이오』 내 말을 들은 선장은 외쳤습니다. 『영광되고 위대하신 신 알라 이외에 주권 없고 권력 없도다! 정말이지 요새 사람들은 양심도 없거니와 신을 공경하는 마음도 없군!』 아무래도 선장은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선장, 그게 무슨 말이오? 날 의심하는 거요? 나는 내 신세 이야기를 들려드리지 않았소?』 『당신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물건이 나한테 있다고 하는 말을 듣자 부당하게도 그것을 횡령할 마음이 생겼군요. 그러나 그건 법도에 따라 허용될 수 없는 일이오. 그 사람은 그 때 다른 여러 선객과 함께 우리들 눈 앞에서 빠져 죽었습니다. 게다가 누구 한 사람 살아난 사람은 없었습니다. 증인들도 있는데 당신은 어쩌자고 그 물건을 당신 거라고 주장하는 거요?』 이렇게 되자 주변에는 선원들도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이 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비록 내 얼굴을 보면 몇 달 전에 죽은 신바드와 많이 닮기는 했지만, 그 깊은 바다에 빠져 죽은 그가 설마하니 이렇게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선장, 그리고 선원 여러분, 내 이야기를 잘 듣고 내 말을 잘 음미해 보시오. 그렇게 하면 내 말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구별이 될 테니까요』 이렇게 말하고난 나는 선장과 함께 바그다드를 떠나 하마터면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그 물고기 등에 당도하기까지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의 세부를 낱낱이 이야기했습니다.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