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만신창이「불사조」이원조의 추락

  • 입력 1997년 4월 28일 20시 24분


흔들리는 발걸음, 핏기 없는 얼굴, 퀭한 눈, 눈가에는 지병인 당뇨 탓인지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감옥가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대법원에서 내린 선고이니 만큼 따르는 게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28일 오전 9시50분경 옥살이를 위해 서울지검 서부지원에 나타난 李源祚(이원조·64)씨. 이씨는 이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 『여러분을 피한 것은 당뇨병과 망막증 간질환 등 합병증 치료를 위해 1개월가량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한때 「금융계의 황제」로 불리면서 막강한 위세를 과시했던 이씨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못난 탓이다. 개인의 기준이 어떻든지 간에 법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 형량은 죄목에 비해…아시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5분여 동안 담담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응한 뒤 집행과 사무실에서 간단한 신원확인을 받은 이씨는 오전 10시경 구치소로 가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국민여러분께 죄송하다. 운명에 맡기고 죄과를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가 구치소로 떠나는 것을 본 뒤 출두전 그가 입원했던 강북삼성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측에 따르면 이씨는 지병인 당뇨와 합병증인 망막증 부정맥 만성간염 경추디스크 등으로 온몸에 성한 곳이 드물 지경이라고 한다. 여기에 심한 우울증까지 겹쳐 수면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고 한다. 『2주전 이씨를 정신과 병동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본인이 완강히 거부했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약에 의지하기보다는 마음을 편히 갖고 속에 고인 말도 털어놔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씨가 「금융계의 황제」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한 의사가 이씨에게 권하는 처방이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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