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문화유산의 해와 「가짜」와의 전쟁

  • 입력 1997년 4월 25일 20시 11분


▼한국의 미는 어떤 것일까. 미술사학자 고 金元龍(김원룡)박사는 「자연을 있는대로 관조하는, 인공을 배격한 자연의 미」라고 정의했다. 우리 옛 그림이나 도자기들이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볼수록 아름다움이 배어 나오는 것은 선조들이 간직해온 이같은 자연귀의(自然歸依)철학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국 일본 등 동양권의 다른 미술과 비교할 때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뛰어난 문화유산을 물려준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일이지만 요즘 고미술업계에서는 「가짜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가짜 문화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릴 만큼 심각한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엊그제 경찰은 위조한 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의 글씨에 가짜 감정증서까지 첨부해 시중에 판매한 혐의로 고미술상 두 명을 구속했다. 유명미술관의 회고전에 가짜로 의심되는 작품이 버젓이 전시됐다가 하루만에 철거되기도 했다 ▼고미술 유통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건은 그뿐 아니다. KBS TV의 고미술 감정프로 「진품명품」에 출연했던 감정위원이 도굴문화재를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도굴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할 감정위원이 오히려 도굴을 조장한 셈이다. 한국고미술협회측은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전문가들을 영입해 감정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올해는 정부가 정한 「문화유산의 해」다.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전통을 소중하게 계승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많은 국민들이 각종 사업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가짜 문화재들이 모처럼 조성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더없이 불행한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