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환경보호]현장체험으로 자연사랑

  • 입력 1997년 4월 14일 07시 59분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면 벌레는 커녕 쥐만 봐도 비명을 지를 나이. 그러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실배니아에 있는 실배니안공립학교 8학년인 레이아 드라이퍼(12)는 징그러운 벌레들을 끔찍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날도래나 하루살이 같은 물벌레를 강가에서 발견하면 반가워한다. 수질오염에 매우 민감한 이런 벌레들이 산다는 것은 그만큼 강물이 깨끗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레이아는 얼마전에 있었던 조지아강 탐사캠프에 참가해 물벌레를 이용해서 수질을 측정하는 법을 배웠다. 날도래나 하루살이가 살면 아주 깨끗한 물, 민물조개나 민물새우 잠자리애벌레가 살면 깨끗한 물, 거머리나 다슬기 물방개가 있으면 보통수준이고 파리나 모기의 애벌레, 물지렁이가 발견되면 더러운 물이다. 이틀동안 열린 캠프에서 레이아는 수질측정법 말고도 습지의 역할과 강물의 흐름 등을 배웠다. 목화솜과 흙 풀부스러기로 인공 습지를 만들어 물에 섞여 있는 기름때나 찌꺼기를 어떻게 걸러내는지를 실험했다. 조지아강 하류의 강변에 자리잡은 실배니안공립학교는 정문을 나서면 바로 강가다. 이 학교는 상류의 샛강탐사, 수량을 측정하는 강하구탐사, 강물의 흐름을 알아보는 보트타기, 킹스항구 주변의 철새도래지탐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린이들이 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조지아강은 민물새우잡이가 주요 산업일 만큼 물이 맑고 깨끗했었다. 그러나 상류에 광산이 개발되고 습지를 메워 공장을 세우면서 강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자 강주변의 학교와 마을 주민들이 강살리기운동에 나섰다. 매년 11월중의 하루를 「조지아강 살리기 날」로 정해 환경파괴의 현장을 고발하는 사진전, 자연보호를 주제로 한 연극, 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경주 등 갖가지 행사를 연다. 이 학교 마가렛 심슨교장은 『환경보호교육은 과학적 탐구정신을 길러줄 뿐 아니라 물 공기 땅을 공유하고 있는 동시대인과 미래에 이를 물려받을 후손을 항상 생각하게 함으로써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씨를 길러주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뉴사우스웨일스주 혼스비에 있는 글레노리공립학교 초등부 환경감시클럽회원들은 주말이면 집에 머물 여유가 없다. 인근 글레노리 샛강이나 프라이스댐으로 나가 수질을 측정하고 강물속에 사는 물벌레와 주변에 사는 개구리의 숫자를 세야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매주 월요일 방과후에 모여 측정결과를 기록하고 그래프로 만든다. 요즘 부쩍 가속화되고 있는 도시확장사업과 광산개발이 동식물의 생태와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목표다. 학부모들도 이 조사연구작업에 동참한다. 어린이들은 주말탐사활동을 통해 프라이스댐에서 개구리의 떼죽음을 가져온 원인이 근처 농장에서 흘러나온 가축의 분뇨가 섞인 물때문임을 밝혀냈다. 이렇게 몇 개월동안 관찰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혼스비시청에 보내면 시청에서는 환경감시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각 가정에 이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지역 주민들에게 수질과 동식물생태변화를 알려줘 환경보호의식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환경감시클럽 회원들은 이런 환경파수꾼 역할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베란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재활용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교육영화를 보며 아기공룡 둘리처럼 생긴 연두색 괴물 스낙의 설명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90년에 첫 선을 보인 스낙은 오클랜드시청이 어린이들에게 효과적인 환경보호교육을 하기 위해 창안한 캐릭터. 스낙은 쓰레기더미로 된 산꼭대기에 오르거나 퇴비벌레농장에서 지렁이들과 같이 밭을 갈고 모든 것이 재활용품으로 이뤄진 리사이클링 시티를 안내하는 등 각종 포스터와 안내책자에 등장한다. 뉴사우스웨일스주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현장학습센터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슈퍼마켓놀이를 통해 환경친화물품에 대해 가르친다. 여러가지 일상 생활용품의 모형을 늘어놓고 어떤 것이 환경에 해롭고 어떤 것이 안전한지를 설명해 준다. 주방용세제 자동차배터리 엔진오일 스프레이살충제 헤어스프레이 페인트 등은 환경을 오염시키므로 사용량을 줄이거나 환경친화 마크가 표시된 제품만을 사도록 가르친다. 〈뉴사우스웨일스(호주)·오클랜드(뉴질랜드)〓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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