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런던3년거주 이연복씨

  • 입력 1997년 3월 31일 09시 50분


큰 아이 지윤이(11)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꼬마 영국숙녀」로 통한다. 성격이 싹싹하고 예절바르기 때문이다. 지윤이는 어른을 보면 밝은 표정으로 고개숙여 인사한다. 엘리베이터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면 『몇층 가시냐』고 물어보고 옆에서 부축한다. 모두들 『어쩜 저렇게 착한 아이가 있느냐』고 칭찬이 자자하다. 지윤이가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런던에서 살 때였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지윤이는 길을 가다 맹인을 보고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제눈엔 이상하고 무섭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영국어린이 몇명이 맹인옆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 한명은 손을 잡아주고 다른 아이는 횡단보도 보턴을 대신 눌렀다. 맹인이 슈퍼마켓에 들어서자 이 어린이들은 물건 사는걸 도와줬다. 2층버스를 이용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중에 노인이 몇명 있었는데 8, 9세 가량의 어린이가 다가가 부축했다. 지윤이는 그 모습들을 보고 조금씩 달라졌다. 나이많고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걸 자연스럽게 배웠다. 집에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어려운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을 보고 흐뭇했다. 영국에서 보고 느낀 것을 지윤이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다. 짐을 많이 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보이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도와준다. 지윤이는 그런데 조금 섭섭한게 있는 모양이다. 영국에선 아주 쉬운 일을 도와줘도 「댕큐」라는 말을 들었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그때마다 이렇게 말해준다. 『인사나 칭찬을 받으려고 남을 도와주는 건 아니잖아. 그건 진짜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태도가 아니야』 〈필자 이련복(이연복·36)씨는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남편 박규환(박규환·40)차장과 함께 90년부터 3년간 영국 런던에서 생활하며 지윤(11) 지나(7) 남매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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